[수요광장]악플 문제, 댓글 폐지보다 근본적 해법 찾아야

김정순

발행일 2019-11-0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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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론장 활용하는 소비자
건전한 이용과 노력은 필수요소
뉴스 유통망 장악하고 있는 포털
획기적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
언론과 불평등 관계 재정립 해법

김정순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최근 댓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15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69.5%가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수치는 댓글 폐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조사가 실시된 바로 전날 악플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의 비극적 사건이 우려와 자성의 분위기를 촉발한 셈이다. 실제로 이 사건을 계기로 포털 사이트 '다음'은 연예기사 댓글 폐지라는 방침을 내놨고, 이 외에도 댓글 관련 법안 발의와 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어 악플 근절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사실 악플의 위해성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악플 피해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어서 새삼 강조하기도 진부해 보인다. 이 문제는 악플로 인해 피해를 당한 당사자와 악플러의 문제로 풀기 보다는 악플을 양산하는 거대 포털과 언론의 생태계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필요하다. 악플러 뒤에는 자극적인 제목을 미끼로 클릭을 유도하며 먹이를 던지는 언론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제일 큰 문제라면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지적에 반박하기 힘든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 정보량은 폭증하고 가짜뉴스가 넘쳐난다. 선정성과 오인성 넘치는 제목으로 뉴스 이용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 소위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제목으로 이용자들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특히 연예인 등 사회적 저명인사와 관련해 이슈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더 강하게 작동한다. 그 결과, 선정적 뉴스가 양산된다. 즉 포털의 실검과 언론의 클릭장사라는 악순환이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언론 생태계와 악플 확대 재생산에 용이한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와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포털과 언론의 개선책으로만 악플이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디어의 이용자로서 시민도 규범인식과 바른 실천이 동반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디어 이용에 앞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보호 인식에 대한 교육이 선행해야 한다. 유럽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미디어교육과 SNS 이용 예절과 혐오발언 근절 교육을 실시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세계 최초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과장된 표현이나 정보 구분 등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이버 예절 등 필수 교과과정은 어려서부터 미디어 이용에 대한 바른 인식과 올바른 태도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런 다각적인 노력이 없어 보이는 포털 다음이 발표한 연예기사 댓글 폐지는 디지털 공론장이 주는 순기능을 포기한 것으로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포털뿐 아니라 댓글 문화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큰 감동은 절제에서 온다고 한다. 댓글이야말로 감정 절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비극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한시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져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는 건전한 댓글 문화정착은 기대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확산 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정치·사회 뉴스 댓글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동참이나 아웃링크 없는 다음 카카오의 댓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요즘 많은 언론이 선정적인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거나 뉴스와 사설을 혼용한 의견 저널리즘 형식의 정파적 보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파적 보도로 인한 파편화된 뉴스의 폐혜와 그 심각성은 실로 크다. 이념을 전파하고 상업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건전한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이 주는 공론장으로서 건전한 순기능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디지털 공론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건전한 이용과 노력은 필수 요소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포털의 획기적인 정책 마련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전한 댓글 문화 정착을 위해 언론은 품격있는 저널리즘을 향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뉴스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포털과 언론의 불평등 관계의 재정립이 해법의 기본이 아닐까.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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