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갑도 '주상절리' 불법으로 깎아냈다

박경호 기자

발행일 2019-11-13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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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갑도
불법 훼손된 인천 옹진군 선갑도의 주상절리(원안). 깎인 절벽 아래로 양식장 운영을 위한 접안시설이 조성됐다.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대표 제공

섬 소유주 양식장 접안시설 조성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만 받고
절벽 폭파 제방도로 확장에 사용
"정작 양식장 사업은 진척 없어"
옹진군 "산지 무단훼손 고발조치"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난 인천 옹진군 선갑도의 '주상절리'가 불법 훼손됐다.

옹진군은 최근 선갑도 내 임야 1천454㎡가 산지전용 허가와 개발행위 허가 없이 깎여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섬 소유주를 고발했다고 12일 밝혔다.

훼손된 임야는 긴 기둥 모양의 화산지형인 주상절리로 이뤄진 절벽이다. 선갑도는 섬 전체가 화산재가 쌓여 굳어진 응회암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대부분 주상절리는 제주도처럼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현무암이기 때문에 응회암인 선갑도 주상절리의 지질학적 가치가 크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훼손된 주상절리에는 섬 소유주인 (주)선도공영이 양식장을 운영하기 위해 접안시설을 조성했다. 선도공영은 옹진군으로부터 2026년까지 양식장 접안시설을 위한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임야인 주상절리는 허가받지 않고 무단으로 깎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게 옹진군의 판단이다. 양식장은 아직 운영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인천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최근 선갑도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주상절리 훼손을 발견하고 옹진군에 알렸다.

현장을 찾았던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대표는 "주상절리 절벽을 폭파해 인근 제방의 도로를 넓히는 데 사용했다"며 "양식업을 전제로 섬 곳곳에 도로를 냈는데, 정작 양식장 사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갑도는 국내에서 가장 큰 무인도다. 섬 모양이 'C자형'으로 항아리처럼 해안을 이뤄 경관이 뛰어나고,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이 정한 한반도 희귀식물 여러 종이 서식해 생태적 가치가 큰 섬이다.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고 해서 선갑도(仙甲島)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1970년까지 승봉도 주민 35명의 공동 소유였다가 1992년 정부가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기 위해 매입했다.

지역사회 반발로 핵폐기장 조성이 무산되자 1996년 한국해양연구원에 소유권이 넘어갔고, 2007년 선도공영이 사들이면서 선갑도는 사유지가 됐다.

황해섬네트워크와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선갑도 공유수면 점용·허가를 즉각 취소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라고 옹진군에 요구했다.

또 인천시와 옹진군에 선갑도 보존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옹진군 관계자는 "산지 불법 훼손은 고발 조치했으나, 접안시설 공사와 도로 조성 등은 위법이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위법이 아니므로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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