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조급증'이 부른 돼지열병 침출수 사태

오연근·신지영 기자

발행일 2019-11-13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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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케이스 속 쌓여있는 사체 12일 연천군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예방적 살처분된 돼지사체 수 백 구가 철제 케이스 속에 적치돼 있다. 제보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갑자기 돼지사체가 몰리면서 단시간 내에 매몰처리가 어려워지자, 자재를 가져와서 현지에서 철제 케이스를 조립해 돼지사체를 적치했다. 방역당국은 이렇게 지상에서 미생물 분해를 진행한 뒤에 남은 사체를 랜더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 제공

고온가열 '랜더링' 처리하던 연천군
농식품부 재촉 탓 '매립'으로 선회
민통선 지상에 사체 사실상 방치도

연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침출수 사태가 방역당국의 조급증 때문에 불거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민간인통제구역 안에선 '육상식 매몰'이란 명목으로 매몰하지 않은 채 돼지사체를 지상에 적치해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2일 연천군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군은 지난 8일부터 연천군 중면 마거리 일원 군부대 유휴부지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마거리 현장에선 대량 살처분 작업이 진행되면서 쌓아놓은 돼지가 부패해 침출수가 발생했고, 이 중 일부가 인근 마거천으로 흘러 들어가 논란이 불거졌다.

이 문제는 정부가 매몰 작업을 무리하게 서두르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연천군에 공문을 보내 "계속해서 예방적 살처분이 지연되고 있어 랜더링 외에 농장 자체 부지나 공유지, 군유지 등을 활용한 일반매몰도 적극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이전까지 연천군은 돼지 사체를 고온 가열처리 후 공업 원료나 퇴비로 사용하는 '랜더링' 처리를 해왔지만, 24시간 랜더링 설비가 가동되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농림부가 일반 매몰을 재촉하면서 매립으로 방식을 선회했다.

이뿐 아니라 연천군은 지난 9월 돼지열병이 발생한 뒤 농장 주변을 1순위로 매몰 작업을 벌여왔고, 농림부에도 발생농장 주변 반경 500m에 매몰하도록 하자고 건의했지만 무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초 매몰 대상 돼지의 수도 당초 예상했던 수치보다 3만5천마리 가량이 늘어나 연천군은 매몰 기간 연장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농림부는 해당 공문을 통해 군유지 등을 활용한 신속한 매몰 처리를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의 조급증은 민통선 안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민간인 접근이 불가능한 이 지역에서 서둘러 작업을 처리하며 철판을 잇대어 공간을 만들고, 수백 구의 돼지사체에 미생물이 포함된 흙을 덮은 상태로 사실상 방치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6개월 가량 이렇게 육상에 적치한 뒤, 미생물 분해가 끝난 뒤에도 남은 사체는 랜더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파주시는 임진강 유입을 우려해 이날 오전부터 파주시 파평면 임진강 금파취수장의 취수를 중단하고 상수도를 팔당 광역상수도로 대체했다.

또 한 달 이상 양돈농가에서 돼지열병이 발병하지 않자 정부는 경기 남부지역 농장 방역 초소를 폐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평택·안성 등은 이동 통제 초소나 거점 초소 일부 만을 남기고 초소와 방역 인력을 철수했다.

/오연근·신지영기자 oy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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