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사냥 당하는 '철새 안식처' 시화호

손성배·김동필 기자

발행일 2019-11-13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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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로부터 수렵 허가를 받은 B씨 등 3명이 지난 9일 오후 6시께 대부동 인근 갈대 습지에서 고라니 2마리, 청둥오리 9마리, 꿩 1마리 등을 수렵했다. 또 고라니 2마리는 가죽이 벗겨진 채 파란 비닐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독자 제공

습지·갈대 곳곳 동물 사체·악취
주민들 "시도 때도 없이 총소리"
警, 수렵허가 C단체 3명 입건도
안산시 "불법여부는 조사해봐야"


지난 11일 오후 안산 시화호 남측 간석지 일부인 대송단지의 한 갈대밭. 경기도 최대 철새도래지로 갈대와 자연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냈지만, 내부 상황은 보이는 것과 사뭇 달랐다.

간신히 차 한 대가 지날 수 있게 뚫린 흙길을 비집고 들어가길 10분. 또다시 질척거리는 습지와 갈대를 지나 5분 정도 걸어가면 허름해 보이는 가건물 한 채가 자리했다. 그 옆을 지나자 원인 모를 악취가 코를 자극했다.

가건물 앞 무성하게 자란 풀밭 사이로 흰색 털뭉치처럼 보이는 물체가 가득했다. 모두 고라니 사체였다. 사체 사이로 오래된 듯 보이는 내장들이 흩어져 부패하고 있었고, 큰 나무엔 고라니 사체를 매단 듯 보이는 갈고리가 걸려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곳에서 자주 총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주말이나 평일, 낮밤 구분도 없다고 했다.

시민감시단원인 A씨는 "안산시로부터 허가를 받았다는 C단체 회원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가증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대로 지난 9일엔 이 일대에서 수렵을 하던 C단체 회원 3명이 경찰에 야생동물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안산시로부터 수렵허가를 받은 B씨 등 3명은 이날 오후 6시께 대부동 인근 갈대습지에서 고라니 2마리, 청둥오리 9마리, 꿩 1마리 등을 수렵했다. 또 고라니 2마리는 가죽이 벗겨진 채 파란 비닐에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야생동물보호에 관한 법률 54조(수렵장의 설정 제한지역)에 따르면 관광지나 보호지역 등은 수렵장이 될 수 없고, 동법 55조(수렵 제한)는 해가 진 후부터 해뜨기 전까지 수렵을 금하고 있는 등 수렵에 대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중 사안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허가권자인 안산시와 C단체 관계자 등은 불법여부 등에대해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경찰에 입건된 사실은) 인지하고 있고, 허가구역을 벗어났는지는 조사를 해봐야 안다"며 "지난 3월 25일에 전임 담당자가 참석한 대부동 통·반회의에서 야생동물 개체 수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후 5월부터 11월까지 포괄하는 포획허가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C단체 관계자는 "경찰에 입건된 사항은 신고한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허가지역에서 몇 m 벗어난 것을 신고해 허가지 이탈 혐의로만 사건 접수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손성배·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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