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이해찬의 장기집권론

당 대표 경선서 승리하고 '100년 비전' 선포
한세기 통해 실현할 국가비전·정책 있어야
최저임금 너무 올랐고 검찰개혁 의미 사라져
지금부터라도 민심 대통령에 제대로 전달을

2019111901001288600061651
윤인수 논설위원
이해찬 대표는 수시로 더불어민주당의 장기집권을 강조한다. 20년 집권론으로 지난해 8월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자 마자 "민주당이 대통령 열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집권의 목표를 50년으로 상향했다. 이도 성이 안찼는지 올해 초에는 21대 총선에서 압승과 차기 대선 재집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을 전개할 것"이라며 '100년 집권'의 비전을 선포했다.

이 대표가 지난 9월 민주당 창당 기념식에서 밝힌 장기집권 이유는 명쾌하다. "정권을 빼앗기고 나니 우리가 만든 정책 노선이 아주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봤다"며 "재집권해 우리 정책이 완전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장기집권론을 국민의 선거권을 무시하는 정치적 오만이라고 조롱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이 선택만 하면 민주당 100년 집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대표의 100년 집권론의 문제는 따로 있다. 100년 집권을 말하려면 한 세기를 통해 실현할 국가비전과 이를 실현할 정밀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민주당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가 100년 집권을 호언할 정도로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을 예비한 흔적은 없다. 오히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집권 전반기의 정책들을 살펴보면 마치 이번을 마지막 집권으로 여기는 듯한 조바심으로 가득하다.



집권하자 학계와 산업계의 반대를 물리치고 권력의 의지만으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원자력 산업 생태계는 무너지는 중이고, 전력 강국의 미래는 불투명해졌고, 전국의 야산은 태양광 사업자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고, 대통령은 자신이 불안해 포기한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려 애쓰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올려도 너무 올렸다. 모든 노동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예외 없이 52시간으로 확정했다. 알바생은 일자리를 잃고, 알바를 내보낸 편의점주는 가족이 24시간 노동을 떠안았다. 52시간 노동자들은 가족과 저녁을 즐기는 대신 줄어 든 급여를 채우기 위해 투잡을 뛰고, 전국 상가의 저녁은 을씨년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지하기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52시간 근로제가 소득주도성장을 직격하고 있다. 이를 가리려 쏟아부은 재정은 눈 먼 돈이 되어 효용 없이 시장에서 증발된다.

검찰개혁안은 여당과 청와대가 조국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을 핍박하면서 의미는 사라지고 의도만 의심받고 있다. 윤석열에 대한 여당과 대통령의 표변으로, 여론은 공수처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많은 국민들이, 적어도 비판진영에선 지소미아 파기와 대입정시 확대를 조국 사태가 낳은 돌연변이로 여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개정안은 우려한대로 지역구 의석 현행 유지를 놓고 자중지란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 난리를 치고 패스트트랙에 올린 이유가 무엇인지 모호해졌다.

대통령은 김정은을 3번 만났고, 김정은과 트럼프의 2차례 회동을 주선했다. 하지만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와 제재해제를 교환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탄핵에 쫓기는 트럼프가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고 스몰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말 연초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혹시라도 완전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 없는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라면, 이는 정부가 국민에게 한 약속과 다르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실행한 국정 각 분야의 정책들 대부분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후유증을 낳았다. 이대표가 말한대로 100년을 집권할 정당과 정권의 태도로 국민의 여론과 야당의 반대를 수렴해 신중하게 추진했다면 없었을 후유증이다. 대통령이 5년 임기에 갇혀 서두르고 조바심쳐도, 100년 집권을 추구하는 여당이 중심을 잡고 자중자애했으면 최소화 할 수 있는 후유증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100년 집권의 꿈이 진정이라면, 이 대표는 지금 부터라도 5년 임기의 대통령을 향해 민심을 제대로 전해야 한다. 오늘 하루에 뜨고 지는 해 다보고 죽는 하루살이 정치가 아니라, 100년 집권 1기에 뜨는 해와 집권 20기에 지는 해를 볼 수 있는 유장한 정치를 해야 한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현실을 대변해야 우선 20년 집권이나마 희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인일보 포토

윤인수 주필

isyoon@kyeongin.com

윤인수 주필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