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눈감은 학교폭력에 '멍드는 가정'

박경호 기자

발행일 2019-11-20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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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 中동급생 괴롭힘에 신고
경찰 '사안 경미' 불기소 檢 송치
피해자 가족 '정신적 고통' 신음
靑 청원답변 "국민 법감정 괴리"

최근 인천에서 한 중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지속해서 신체적·정신적 괴롭힘을 당하다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가해 학생들을 고소했다.

경찰은 가해 학생들에 대해 법원의 심판을 받을 사건이 아니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처럼 경미하게 다뤄진 학교폭력 사건이지만, 피해 학생의 가정은 극심한 '트라우마'로 무너졌다.

인천 연수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15)군은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같은 보습학원에 다니는 동급생 4명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올해 6월 학교 측에 신고했다.

학교가 각각 다른 가해 학생들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조치결과를 보면, 가해 학생들은 1년 넘도록 수시로 A군의 외모를 비하하고 조롱했다.

A군이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신체 부위를 만지고 달아나거나, A군의 교통카드를 빼앗아 서로 돌리며 놀이처럼 괴롭혔다. 집단 괴롭힘은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방'에서도 이어졌다.

A군의 어머니는 "가해 학생들이 신고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아들을 '신고쟁이'라 부르며 지속해서 협박했다"며 "신체적 접촉을 넘어선 폭행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군은 학교폭력 피해 신고 당시 학교 측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학교폭력은 심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하는 명백한 범죄"라고 써서 부모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학폭위는 올해 6월 가해 학생들에 대해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등을 조치했다. 그 직후 A군과 A군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이 법적으로 처벌받길 원한다며 모욕, 협박, 폭행 등으로 고소했다.

사건을 담당한 인천연수경찰서는 최근 가해 학생 4명을 불기소 의견으로 인천지검에 송치했다. A군의 부모는 인천지방경찰청에 재수사를 바란다며 '수사이의'를 제기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이의신청서를 접수하고 해당 사건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폭력 사건이 형법상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 비일비재하다.

상당수 학교폭력이 경미한 사안으로 다뤄지지만, 정작 피해자와 그 가족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일상이 무너진다. A군도 현재 우울증 진단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려 불행해지면서 단란했던 가족도 불행해졌다"며 "열심히 회복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 관련 청원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현재까지 답변 요건인 '20만명 동의'를 얻은 청원만 5건일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청와대는 청소년 범죄 관련 청원의 4차 답변에서 "현행법과 국민의 법감정 사이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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