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비건 "北 협상 기회 잡아야, 카운터파트로 최선희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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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결과에 대해 연합뉴스 등에 설명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한 가운데 미국은 20일(현지시간) 북한에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실무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재차 촉구하면서 협상팀의 체급 격상을 제시했다.

또 북한이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외교의 창이 열려 있을 때 협상에 복귀할 것을 주문하면서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경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강한 경고의 목소리도 같이 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정책 선(先) 철회를 요구하며 협상 재개에 부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어 협상 재개까지 상당한 기싸움 속에 험로가 예상된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북한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연신 촉구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비건 지명자가 부장관 인준을 받을 경우 북한측 카운터파트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맡아온 비건 지명자의 카운터파트는 현재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다. 자신이 부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급을 높여 협상의 무게감을 실어보자는 구상을 밝힌 셈이다.

비건 지명자는 지난달 31일 부장관 지명을 받을 때도 북핵 협상을 계속 다루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당시 "북한 관련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대표였고 계속 그럴 것"이라며 비건 지명자가 실무협상을 계속 진두지휘할 것임을 공언했다.

미국의 협상팀 체급 상향 구상은 협상팀 구성 변화를 통해 교착상태에 놓인 협상의 돌파구를 뚫어보자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된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 중 하나는 북측에서 온전한 권한을 부여받은 대표가 나오지 못했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

비건 지명자도 이날 스톡홀름 협상에서 매우 건설적 토론을 벌였다면서 북한과 180도 다른 평가를 내린 뒤 당시 북한이 결렬을 선언한 데는 '그들 자신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결정하는 시스템 탓에 협상팀이 나오더라도 실질적인 협상을 벌이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신뢰를 받는 최 제1부상이 직접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비건 지명자는 특히 외교의 창이 열려 있고 북한이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거꾸로 얘기하면 북한의 잇단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도발 등 미국을 향한 압박을 인내할 수만은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비건 지명자가 "북한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제재는 가동중에 있다"고 언급하거나, 비핵화 진전 없이 연말이 지날 경우 북한이 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면서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다만 미국은 북한이 미국에 올해 연말을 '새로운 셈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인위적 데드라인이라며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비건 지명자는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 데드라인이다. 우리의 데드라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지난달 "인위적 데드라인을 설정하면 안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불과 40여일 남은 연말까지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은 만큼 연말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것이 대미 압박을 강화하는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뜻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먼저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미국의 촉구가 얼마나 설득력을 지닐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미가 협상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이달 중순 예정한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했음에도 북한은 연합훈련은 물론 대북 제재 등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모든 적대정책을 먼저 철회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 관련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는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조치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하고 있다.

당장 북한측 협상 대표를 최 제1부상으로 급을 높이자는 비건 지명자의 제안이 먹혀들지도 미지수다.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최 제1부상은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탁(협상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며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한 첫 보도가 나온 것은 미 상원 청문회 직전이어서 비건 지명자의 제안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순 없다. 그러나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협상 재개까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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