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걸려도 95% 생존?"… 조사없이 탁상행정 벌이는 농진청

낭충봉아부패병 내성 있다던 토종벌 품종 '떼죽음'

오경택·황준성·이준석 기자

발행일 2019-11-22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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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충봉아부패병에 내성을 가진 새 토종벌 품종을 정부로부터 분양받은 파주시 한 양봉 농가에서 벌들이 낭충봉아부패병과 동일 증상을 보이며 집단 폐사하고 있다. 21일 오후 해당 양봉농가에서 농장주가 전염병에 해를 입은 벌집을 살펴보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피해농가 의뢰로 감염 확인됐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외부요인' 주장
피해확산 예방 '골든 타임' 놓칠수도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을 지닌 새로운 토종벌 품종마저 집단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농촌진흥청이 느긋하게 대처하면서 원인 규명과 피해 확산 예방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낭충봉아부패병 창궐 당시 토종벌의 98%가 궤멸,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아 '토종벌 에이즈'로 불릴 정도인데 농촌진흥청은 직접 조사 없이 외부의 다른 요인으로 폐사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탁상행정'만 벌이고 있어서다.

농촌진흥청은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을 지닌 새 토종벌 품종을 육성하는 데 성공, 시범사업으로 양봉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에 의한 토종벌의 멸종을 막기 위해 8년여간 연구 끝에 새 품종을 만들어 냈다.

문제는 최근 새 토종벌 품종을 분양받은 파주의 양봉농가에서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된 새 토종벌이 집단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농촌진흥청이 원인조차 규명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은 피해 농가에 연구진 등을 파견하기는커녕 외부의 타 요인에 의한 폐사로만 추정하고 있다.

피해 양봉농가에서 의뢰한 경기도북부동물위생시험소의 조사 결과, 집단 폐사한 새 토종벌은 석고병·날개불구병·이스라엘급성마비증·블랙퀸셀바이러스를 비롯해 치명적인 낭충봉아부패병도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새 토종벌은 낭충봉아부패병의 저항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폐사한 새 토종벌 품종도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된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농촌진흥청은 다른 질병으로 집단 폐사 피해가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는 입장만 고수할 뿐이다.

반면 파주시는 피해 양봉가에 대해 가축전염병(낭충봉아부패병)에 따른 이동제한과 소각처분 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를 취한 상태다.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애벌레 한 마리가 반경 5~6㎞의 일벌 10만마리에 병을 퍼뜨릴 정도로 전염성이 강해 혹시 모를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실험결과 새 토종벌 품종은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려도 95%는 살아남는다"며 "이번 피해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일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애벌레)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이 병에 걸린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황갈색으로 변하면서 부패한다.

/오경택·황준성·이준석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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