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퓰리즘으로 변질하기 쉬운 온라인 시민청원

인천시의 온라인 시민청원이 전면적으로 개편된다. 제도 시행 1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온라인 플랫폼 '인천은 소통e가득 시민청원'은 인천시민들이 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청원의 형식으로 시정에 참여하고 그 처리결과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30일 동안 3천명 이상의 공감을 얻은 청원에 대해 박남춘 시장이나 부시장 등이 검토결과를 영상을 통해 직접 답하는 형식이다. 지난 1년 동안 924건의 청원이 들어왔고, 그 중 18건에 대해 시장과 부시장이 답변했다. 지난해 8월 앞서 선보인 청와대 국민청원을 참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민과의 소통을 시정의 제1철학으로 내세운 박 시장의 의지가 오롯이 담긴 제도로 시작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운영에 들어가자마자 일각에서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온라인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조직적 의사결집력을 갖춘 특정지역 주민들이 제도를 '독점'하는 현상이 초반부터 빚어졌다. 운영 한 달여 만에 성사된 첫 온라인 시민청원은 청라국제도시와 송도국제도시 주민들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었다.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은 특정사업에 대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부정적 입장을 비판하며 당시 김진용 경제청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고, 이런 청원 내용에 크게 반발하는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경제청장의 퇴진을 막는 역(逆)청원을 내기에 이르렀다. '좋은 제도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집단갈등 표출의 장으로 변질'(2019년 1월 2일)돼 버린 것이다.

인천시의 개선방안은 온라인 토론장 신설과 참여방식 간소화다. 시는 온라인 토론장이 특정현안에 대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 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통해 청원 참여가 가능하도록 개선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건 보완장치일 뿐이다. 정말 필요한 건 온라인 청원제도, 그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성찰이다. 자칫 포퓰리즘의 공간으로 산패하기 쉬운 현 제도의 특성과 속성을 정밀하고 냉정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떤 면에선 제도시행의 재검토라는 극단의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이 대세인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자는 게 아니다. '그들만의 리그'로 존재하는 온라인 청원제도는 소통을 강조하는 박 시장에게도 계륵이 되기 십상이라서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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