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방법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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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비 제공
■ 방법에 반대한다┃파울 파이어아벤트 지음. 그린비 펴냄. 528쪽. 2만9천원

임레 라카토슈, 루돌프 카르납, 이언 해킹 등과 함께 현대 과학철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파울 파이어아벤트의 대표작 '방법에 반대한다'의 우리말 번역본이 재출간됐다.

파이어아벤트는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특별한 과학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현대 과학철학 논쟁에 한 획을 그었다.



파이어아벤트는 크게 세 종류의 논제를 펼친다. 첫째는 학문의 자유주의다. 예를들어 파이어아벤트는 갈릴레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비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적으로 정합성이 뛰어난 이론을 제시했지만, 반면에 갈릴리오의 가설은 기존에 이미 성립된 이론에 비해서 어설프고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다고 평가한다. 만약에 갈릴레오처럼 비합리적인 시도로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것이 금기시됐다면, 과학의 진보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과학자의 자유로운 발상과 창의성에 제한을 둬선 안된다고 말한다.

둘째는 공약불가능성을 논하는 것이다. 공약 불가능성이란 어떤 서로 다른 두 경쟁 이론이 근본적인 맥락에서 아무런 공통점이 없기 때문에, 서로의 개념을 다른 상대방의 이론으로 나타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어아벤트는 공약불가능성을 제시하면서 과학에도 주관적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리적 수단만으로 경쟁 관계의 두 이론을 비교할 수 없다면, 모든 개념을 하나의 이론으로 나타낼 수 있는 과학적 이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방법론적 다원주의에 관한 논의다. 파이어아벤트가 보기에 현대는 아직 과학적 지식은 언어, 문화, 종교 등 다른 지식에 비해서 우월하다고 확답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의 주장들은 비교적 덜 검증된 과학에 의해서 간단하게 배제되기도 한다. 파이어아벤트는 우리 사회가 독단적 이데올로기를 피해야 하듯이,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이데올로기화된 과학도 피해야 할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도 그저 지식의 한 형태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기념비적 저작 '방법에 반대한다'는 이렇게 과학의 내부에서 이성을 반대하는 열정, 비합리성, 편견 등이 오히려 보편적 이성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원리를 풀어낸다. 객관적 지식은 만장일치보다 다양한 의견과 인도주의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주장은 출간 45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제시한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단 하나의 유일한 원리가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Anything Goes)'는 명제"라는 논리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철학에 입문하는 많은 독자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강보한기자 kb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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