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세상 살이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

이진호

발행일 2020-01-13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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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결핍·어리석음의 세가지 '저주'
그 착각서 탈피 못하면 만족·기쁨 못 얻어
행복은 어려움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알아
포기않고 애써 얻는 것이 '작더라도 소중'


이진호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새해다보니 "행복하세요"라는 덕담을 자주 듣는다. 문득 "행복이 뭘까" 궁금해졌다. 사전을 찾아봤다. "행복(幸福)[명사]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쓰여 있다. 또다시 궁금해졌다. 충분한 만족과 기쁨은 무엇인가. 어떤 상태가 돼야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가. 점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 주장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 주장했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1946년부터 빈곤국과 부유한 국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국가 등 30개 국가의 행복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스털린은 그 근거로 바누아투·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국민의 행복지수는 오히려 높고, 미국·프랑스·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Betsey Stevenson) 교수팀은 이스털린의 설문보다 더 광범위한 실증조사를 통해 이스털린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스티븐슨은 "13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유한 나라의 국민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더 행복하고,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국민의 행복수준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두 이론 모두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이론이 옳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연구 내용에 어떤 기준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부패지수를 포함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해 공개한 '2019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행복지수 10점 만점에 5.895점을 받아 54위에 올랐다.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 순으로 10위권에 포진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이 6.466점으로 전체 25위에 올라 가장 순위가 높았으며 일본과 중국은 각각 58위, 93위로 조사됐다.

영국의 수필가 마이클 폴리(Michael Foley)는 저서 '행복할 권리'에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의 사람을 불구로 만드는 세속적 삼위일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세상살이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난 성공해야 하고", "누구나 내게 잘 대해주어야 하고", "세상은 반드시 살기 쉬워야 한다"는 세 가지 기대 때문이라고 했다. 엘리스는 첫 번째 '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의 저주이며, 두 번째는 결핍의 저주이고, 세 번째는 어리석음의 저주라고 했다. 이 세 가지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인간은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얻지 못한다는 얘기다.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일이 많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엄청난 고뇌와 굴욕감을 예방할 수 있다"고 폴리는 충고했다.

행복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안다는 데 일말 공감한다. 바닥으로 떨어져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하층이 있는 것을 알게 될 때의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힘든 일을 겪던 시절 식구들과 함께 밥 한 끼 먹는 게 행복해 혼자 눈물을 훔쳤던 적이 있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다. 포기하지 않고 애써 얻은 것이 작더라도 소중한 이유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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