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누가 죽어가는 시간에
피어나는 것일까,
그 사람이 힘없이 손짓하던
부름을
말하지 못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여,
피어나는 것일까. //
꽃이 피는 시간에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바람은
또
무엇일까,
꽃 가장이를
예감처럼 돌다가 사라지는 빛은…//
아, 꽃은 결국 무슨 뜻으로
저리도 선명한 빛깔로 내게
다가오는가.
이수익 (1942) |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한 사람이 태어나면 별 하나가 생기고, 그 사람이 죽으면 그 별도 같이 소멸한다고 할 때 우리는 저마다 별 하나씩을 가졌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은 멀어서 모두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모습처럼 빛나는 정도도, 크기도, 생김새도 다르다. 이처럼 하늘에 자신의 삶과 같이 하는 것이 '하늘의 별'이라면 반대로 '땅의 꽃'은 누가 태어날 때 시들고 '누가 죽어가는 시간에/피어나는' 것이다. 사람의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저 별과 달리, 이 꽃은 죽은 자가 '말하지 못한 하고 싶은 말을' 전수하기 위해서 피어나는 것. 그래서 '꽃이 피는 시간에' '그 주위'를 맴도는 '바람'과 '꽃 가장이'를 비추는 '빛'은 그렇게 죽어간 영혼이 마지막 머물다 가는 자리인 것, 꽃이 '저리도 선명한 빛깔로 내게 다가오는' 것은 차마 돌아가지 못한 가운데 생애 마지막 아름다움을 남기고 떠나고 싶어 하는 '망자의 말'인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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