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정직한 코미디로 엿보는 동물원의 그림자 '해치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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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 누구도,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 동물원에 간 기억을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의 앨범에는 북극곰과 함께 찍은 빛바랜 사진이 끼워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날의 동물원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을까?

영화 '해치지않아'는 HUN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그린다.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는 폐장 위기에 처한 '동산파크'의 새 원장으로 부임한다. 재정난으로 동물원에 대부분의 동물이 팔려가자, 그는 직원들과 함께 탈을 쓰고 직접 동물이 되기로 결심한다.



작품은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는 파격적인 상상력으로, 특수분장을 사용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동물을 선보인다. 배우들은 약 10~15kg 무게에 달하는 동물탈을 쓰고 각각 북극곰, 사자, 기린, 고릴라, 나무늘보 역을 맡아 변신했다.

보다 '리얼한' 동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관객들에게 웃음 포인트로 다가온다. 구남친 앞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치는 나무늘보와,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 등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줄다리기하며 폭소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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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치지않아'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묵직한 메시지도 함께 끌고 간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상행동을 보이는 북극곰 '까만코'의 모습은 오늘날 동물원의 현실을 보여준다. 철창 안에 갇힌 채 사람들에 둘러싸여 한 평생을 보내는 동물들의 모습에서는 인간의 이기심까지 엿볼 수 있다.

이때 주인공들이 직접 탈을 쓰고 철창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동물원의 이면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동물들에게 함부로 음식을 던지거나, 플라스틱과 같은 쓰레기 등을 던지는 모습은 오늘날 동물원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배우 강소라는 촬영 후 '동물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밝히며 "동물들의 정형 행동에 대해 이제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데 그 병이 안 생기게 하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한다. 조심스럽지만 저희 영화가 대놓고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기 보다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작품 속 까만코를 향한 소원(강소라 분)의 우정은 또 다른 감동을 안긴다. 누구보다 동물을 아끼는 수의사 소원의 모습에서 우리는 아무도 다치지 않고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좁은 철창 안에 갇혀 하염없이 울부짖던 북극곰 까만코가 새하얀 언덕을 향해 자유롭게 걸어갈 수 있는 세상. 영화는 그곳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한다.

/유송희기자 ys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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