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4·15 총선 뒤흔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득표율 따라 보완하는 비례의석… 위성정당도 빛 볼까

강기정 기자

발행일 2020-01-31 제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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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체제 공고' 기존 선거제 개선위해 도입
정당득표율보다 적은 의석수 50%까지 연동·배분
비례 47석 중 30석, 민주당 1석도 확보하기 어려워
20대 6석 정의당, 새 방식으로 계산 땐 21석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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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고 각 정당이 공천 작업에 착수하면서 총선 레이스에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정당별로, 후보별로 각종 이슈가 어떻게 작용할지 유불리를 따지는 셈법도 복잡하다. 공직선거법 개정도 이를 어렵게 하는데 한몫을 한다.

당장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총선에 도입되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도전하려던 공직자들은 고심이 깊어진 상태다. 

 

자유한국당에선 준연동형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을 준비 중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신당을 만들어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선거의 중심이 돼야 할 유권자 대다수에게 선거판은 다른 세상 얘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엇인지, 누구한테 좋은지, 왜 각 정당이 앞다퉈 위성정당 카드를 꺼내드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 

 

너무 어려워서다. 경기·인천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알쏭달쏭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조금 더 쉽게 풀이해봤다.

'공직선거법' 투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사진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공직선거법에 대한 투표 절차를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체 왜 도입한거죠

기존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33.5%를 얻어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17석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25.5%, 26.7%를 얻어 13석을 배분받았다. 7.2%를 득표한 정의당은 4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의석 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소수 정당이 확보한 의석 비율이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했다. 

 

20대 총선으로 새누리당이 확보한 총 의석수는 122석, 더불어민주당의 총 의석수는 125석으로 각각 전체 의석의 40%를 차지했다. 

 

반면 정의당은 6석으로 2%에 불과했다. 지역구 의석 수를 감안하면 거대 양당은 정당 득표율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의석을, 소수 정당은 더 적은 의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보완책으로 제시된 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처럼 정당 득표율로만 의석을 배분한다.

30석은 한 정당이 확보한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 수를 연계해 배분하는데, 지역구 의석 수가 많을수록 할당받는 의석 수가 적어진다. 

 

원래 산식은 {(전체 의석 수-의석 할당 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의원 당선 수)×정당 득표율-지역구 의원 의석 수}×50%다. 

 

거대 양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않는 지역구는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 정당이 득표율에 따라 보장받는 의석 수를 먼저 정한 후(전체 의석 수×정당 득표율)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 그만큼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일부를 채워주는 방식이다. 50%만 적용해 '준'연동형이다. → 표·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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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처럼 25.5%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을 경우 민주당은 300석의 25.5%인 76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를 초과하는 125석을 확보한 만큼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30석 중에선 1석도 가져갈 수 없다. 대신 순수 정당 득표율로만 배분하는 나머지 17석 중에선 4석을 가져갈 수 있다.

반면 정의당이 지난 총선처럼 7.2%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을 경우 300석의 7.2%인 21석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구 의원 선거를 통해 2석을 얻었기 때문에 19석을 채워야 한다. 

 

그러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30석 중에서 9석(19석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 또 순수 정당 득표율로만 배분하는 나머지 17석 중 1석을 확보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석 수만 놓고 보면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한국당, 지역구 후보 없는 '미래한국당' 창당 움직임
'반대 입장' 與 안팎 '깨어있는시민연대당' 등 추진
관련법 상 당 소속된 출마자, 다른당 지원유세 못해
유권자 '알아서 눈치껏' 투표 불가피… 효율성 의문

#대안으로 제시된 위성정당, 과연

거대 양당 지지층에선 그동안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도 지지하는 정당 후보에 투표하고, 비례대표 의원 선거에서도 해당 정당에 표를 던졌다. 

 

거대 양당에서 두 선거 모두 강세를 보였던 이유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 많은 의석 수를 확보하는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 수는 거의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거대 정당이 대안으로 검토한 게 위성정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이 결정되자마자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역구 의원 선거에선 자유한국당 후보를 찍고 비례대표 의원 선거에선 '비례한국당'에 표를 던지면 된다는 것이다. 

 

만약 '비례한국당'이 지역구 의석 확보 없이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인 33.5%를 그대로 얻을 경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30석 중 최대치를 차지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가 기존 정당명에 '비례'를 붙인 명칭을 불허하겠다고 하자, 한국당은 위성정당의 명칭을 '미래한국당'으로 정해 창당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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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에 반대입장을 밝혔던 민주당 안팎에서도 위성정당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중앙선관위에 결성 신고를 했다. 

 

창준위는 해당 정당을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민주당에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선거법상 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 다른 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순수 정당 득표율로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는 17석 중 일부를 확보하려면 민주당·한국당도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야 한다. 

 

이 경우 민주당은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을, 한국당은 미래한국당을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한 정당 후보자가 '비례대표 의원 선거는 다른 정당에 하라'고 하면 선거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해당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비례대표 의원 선거는 '알아서 눈치껏' 위성정당에 해야만 하는 셈인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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