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십자가 뒤에 숨은 악마와 침묵의 교회 '신의 은총으로'

유송희 기자

입력 2020-02-06 19:44:31
글자크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20020601000350100018001.jpg
/영화 '신의 은총으로' 스틸컷

과연 신 앞에 선 자는 모두 용서받을 수 있을까?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영화 '신의 은총으로'는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성적 학대에 대해 고발한다.

알렉상드르(멜빌 푸포 분)는 어릴 적 자신을 성적 학대한 프레나 신부를 파면하기 위해 같은 피해자인 프랑수아(드니 메노셰 분), 에마뉘엘(스완 아르라우드 분)을 만나 '라 파롤 리베레'라는 단체를 만든다. 그러나 교회는 이 사실을 모두 알고도 신부를 파면하지 않는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감독은 프랑스 리옹에서 아동 성학대를 저지른 프레나 신부와 이를 알고도 침묵한 바르바랭 추기경의 모습을 담았다. 공식적인 피해자만 약 70여명으로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이 사건은 프랑수아 오종의 스크린 위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범죄가 발생하고 40년이 지난 지금, 누군가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있다. 또 다른 이는 과거의 상처에 묶여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0020601000350100018002.jpg
/영화 '신의 은총으로' 스틸컷

이때 아내와 자식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알렉상드르의 모습은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그의 대사는 혹시 모를 위험 앞에 처한 아이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어줄 수도 있다. 숨거나 침묵하지 않는 순간 피해자들의 연대는 비로소 힘을 가진다.

영화에서 그들의 진술은 오직 언어로 그려진다. 교회를 향해 발송된 편지 안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잔혹하거나 자극적인 장면을 노출하지 않고도 관객은 충분히 피해자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투쟁은 순조롭지 않다.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습니다."

진정한 사과와 용서가 아닌 공소시효 뒤에 숨은 교회의 모습은 현실과 맞닿아있다. 이때 영화의 제목인 '신의 은총으로'는 프랑스어로 '다행히'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바르바랭 추기경이 말한 '신의 은총으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포스터 속 '진실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라는 글귀는 그 답을 대신한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영화로 인해 교구가 소아 성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들을 색출하는 변화를 꾀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는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과 함께 있다. 감독은 작품을 통해 정의로운 방향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표현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진실은 유효할 수 있다. 

/유송희기자 ysh@kyeongin.com

유송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