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필리핀 '프랜차이즈 골든 바보이' 성공시킨 정원석 공동대표

마닐라 '삼겹살 한류'… 분위기·비주얼로 '요즘 입맛' 잡았다

강보한 기자

발행일 2020-02-12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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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무한리필 삼겹살 프랜차이즈 '골든 바보이' 매장을 운영하는 정원석 대표가 "한국 음식은 건강한 음식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삼겹살을 고급 음식으로 인식하게 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배낭여행 인연… 현지 강사 일대일 메신저 수업 '외국어교육 사업' 발들여
전통요리 '리엠뽀' 친숙한 재료 통하는 맛… 15년 인력관리 노하우 '양념'
생채소 곁들인 한국음식 고급 건강식 '공감대' 분기별로 무료급식 봉사도
직원·손님 함께 'K-POP 춤판' 놀이방 문화… 페이스북 팔로어 10만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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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는 한국입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저녁이 되자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내 중심가의 한 상가 2층 식당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밀려든다.

식당 안은 벌써 손님들이 빼곡하다. '치익~치익~' 한국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달궈진 불판에 먹음직한 삼겹살이 막 올라간 순간이다. 왁자지껄한 사이로 소주잔이 오간다.

안주는 주먹만한 삼겹살 쌈이다. 벽면의 커다란 TV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요즘 마닐라 사람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무한리필 삼겹살 프랜차이즈 '골든 바보이' 매장이다.

"필리핀에 쌈밥과 삼겹살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것은 몇 년 됐습니다. 우리는 작년 3월에 1호점을 열었으니 조금 늦은 셈이죠. 늦었으니 남들과 달라야 했는데, 현지에서 15년간 외국어 교육을 하며 얻은 노하우가 큰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상권 분석과 과감한 투자로 최대한 빠르게 고객을 끌어들이려 노력했습니다."

골든 바보이를 운영하는 GBF CORPORATION의 정원석 대표는 사실 외식업이 아닌 '외국어 교육'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난 2006년 수원에 (주)유에듀케이션을 설립해 전화·화상을 활용한 외국어 교육 사업을 시작해 15년째 외국어 교육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필리핀과는 배낭여행으로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됐어요. 2006년부터 필리핀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는데, 현지인 강사를 고용해서 한국 학생에게 MSN 메신저로 일대일 수업하는 형식이었죠. 처음에 강사 다섯명이 일하는 사무실로 작게 출발했던 사업이 200여명으로 규모가 커졌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내교육도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경험이 없었던 외식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필리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의 문화나 아이템이 없을까 항상 고민해 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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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시작할까를 놓고 처음에 고민이 많았죠. 외국인들이 좋아한다는 비빔밥의 경우 실제로는 해외 현지에서 호불호가 갈립니다. 반면에 숯불에 구운 고기는 세계 어디에서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힙니다. 특히 삼겹살의 경우 필리핀 현지 전통요리 중에도 리엠뽀라는 삼겹살 요리가 있을만큼 친숙한 재료여서 '통하는 맛'이 될 것 같았어요. 만약 앞으로 일본의 스시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가 생긴다면 삼겹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삼겹살 프랜차이즈 '골든 바보이'가 짧은 시간에 큰 인기를 얻은 데는 정 대표가 현지에서 15년간 쌓아온 사업 노하우가 자리해 있다.

"영어에 능통한 직원이 많아 소통이 잘되는 것이 운영 비결 중 하나입니다. 종업원 교육이 서비스의 수준을 좌우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본사에서 직접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효과적인 교육 노하우 뿐 아니라 15년 동안 쌓아온 인력관리 노하우까지 접목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정 대표는 교육, 화장품, 인터넷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체도 겸업해 비즈니스 인맥이 넓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커뮤니티 문화'를 이해하고 사업에 접목하는 수완도 좋다.

"음식점은 당연히 맛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맛만큼 중요한게 있어요. 바로 '분위기'와 '비주얼'이죠."

정 대표는 골든 바보이에서 커뮤니티 매니저 역할을 하는 현지 직원들을 다수 고용했다. 

 

직원들은 손님이 매장 사진을 찍고 SNS 계정에 올리기 편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테면 '사진 맛집'을 만든 셈이다.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얻은 특별한 경험을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더 기분좋은 체험을 하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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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프랜차이즈 '골든 바보이' 페이스북에 게시된 사진들. /정원석 대표 제공

"필리핀은 청년층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젊은 나라입니다. 특히 1980~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IT에 능통하고, 삶의 질을 중시하죠. 우리가 여행을 가서 먹는 것을 SNS에 인증하듯이, 마닐라의 청년들도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삼겹살과 소주를 먹고 쌈을 싸먹는 식문화 체험을 SNS에 인증하는 것을 최대한 비즈니스에 활용했습니다."

마닐라의 청년들에게 한국 식문화 체험을 '제대로' 하도록 정 대표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한국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매장의 테이블과 의자 등 인테리어 자재는 모두 한국에서 들여왔습니다. 연기를 빼는 덕트와 고기를 굽는 불판, 그릇과 젓가락까지 모두 한국산입니다. 한국식 서비스 정신도 한국을 경험하는 기분을 내게 하는 요인 중 하나여서 친절한 서비스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SNS 리뷰에 꼭 등장하는 문구가 '직원들이 너무 친절했다'는 말입니다. 현지 가게들은 친절요인을 한국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과 차별화된 포인트가 된 것입니다."

이 같은 SNS 전략이 주효하면서 골든 바보이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goldenbaboyph)는 팔로어가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1호점 문을 연지 1년도 안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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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프랜차이즈 '골든 바보이' 페이스북에 게시된 사진들. /정원석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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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바보이의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매장 내에서 K-pop 춤을 추는 공연을 여는 것이었다. 

 

모든 매장에서 오후 7시께 사람이 가장 많을 때 직원들이 나서 손님들과 K-POP 춤판을 벌인다. 

 

한국 사람들처럼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딱 맞춰 만든 전략이다. 

 

어른들이 음식과 춤과 노래에 빠져있을때 아이들은 한국식 '놀이방'에서 뛰논다. 

 

식당 놀이방은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현지에는 원래 없던 문화다. 놀이방에 대한 부모들의 호응도 뜨겁다.

"사실 필리핀은 생채소를 거의 안먹고 조리해서 먹는 문화입니다. 많은 손님들이 고기를 쌈에 싸먹는 것을 신기해하는데, 기름을 많이 쓰는 필리핀식 요리보다 생채소를 곁들인 삼겹살 쌈밥이 몸에 좋고 맛도 좋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음식은 건강한 음식'이라는 공감대가 생겼고, 삼겹살을 '고급 음식'으로 인식하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삼겹살이 고급 음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돈 없는 서민들이 삼겹살을 사 먹기란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그래서 밥차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분기별로 가난한 지역을 찾아가 수백명의 아이들에게 삼겹살 무료급식 봉사를 했다. 

 

아이들이 삼겹살이 구워지는 밥차를 보며 즐거워하는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수십만 명이 조회했다.

정 대표는 예비창업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기존 한식당은 교민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교민들도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분이 많기 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테이블 대여섯개의 소규모 식당이 많고, 고급식당이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330㎡정도 규모로 좋은 시설을 갖추는 것이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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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프랜차이즈 '골든 바보이' 페이스북에 게시된 사진들. /정원석 대표 제공

정 대표는 우리 정부가 코트라와 한식진흥원을 통해서 마닐라의 주요 상권을 시장 분석한 통계를 제공해 예비창업자를 돕고 있다고 귀띔하면서 "필리핀은 성장 가능성이 크고 새로운 기회가 많이 남아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인구가 감소 추세인 반면, 동남아 국가는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성장률도 좋습니다. 특히 필리핀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신속하게 파병한 나라입니다. 필리핀 사람도 한국사람을 좋아하고 국가 호감도가 높습니다. 광역시권 '메트로 마닐라'에는 2천500만명이 살지만 면적이 서울보다 좁아 인구밀도가 훨씬 높은데, 기회가 그만큼 많다고 보면 됩니다. 마닐라는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고 소비층이 두터워서 한국의 음식이나 문화 등을 잘 마케팅 하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 있는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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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올해는 골든 바보이를 확장할 것"이라며 "현재 운영하는 9개 매장 외에도 5개 매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연내 40호점까지 개장할 계획"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글/강보한기자 kbh@kyeongin.com 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정원석 공동대표는?

▲ 2019년 필리핀법인 GBF CORPORATION 공동대표 (공동대표 권신)

▲ 2017년 필리핀법인 U-KB ELITE PRODUCTS INC. 설립

▲ 2006년 필리핀법인 MEGA ENGLISH ONLINE 설립

▲ 2006년 (주)유에듀케이션 설립(경기도 수원)

▲ 2004년 성균관대학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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