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수적천석(水滴穿石)

고재경

발행일 2020-02-17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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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방울 합치면 큰 힘 발휘하듯
인생 여정서 수많은 시련 닥쳐도
담대히 헤쳐나갈 수 있어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도
온 국민 합심 대응하면 능히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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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수적천석(水滴穿石)은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구멍을 뚫는다는 뜻이다. 물방울은 얼핏 보면 하찮아 보인다. 미미한 이미지로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물방울이 합쳐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작은 힘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무엇이든 협동하면 이룰 수 없는 게 없다.

임재범이 부른 '초인'(작사: 이경, 작곡: 백경원·박기덕)의 노랫말은 인생의 기승전결을 수적천석의 과정으로 절묘하게 풀어낸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는 게 참 그래/뜻대로 참 안 돼/다 된 듯하다 가도/밑바닥 그 끝에 떨어져/또 허덕이지'. 주지하다시피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다. 뜻하는 일이 모두 성취된 듯 보여도 유약한 물방울처럼 갑자기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는 게 참 그래'라고 주장하는 화자의 푸념 섞인 말에 수긍이 간다. 이렇게 곤비한 삶에 지쳐 실망과 좌절에 빠져도 오뚝이처럼 '또 일어나/마음을 추슬러/이를 악 물고/두 주먹 꽉' 쥐며 미래의 소망을 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든지 삶의 고난 행군에 마냥 울고 슬퍼할 수만 없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화자는 그 방법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나를' 사랑하고 '내 아픔을' 사랑하고 '나를' 용서하고 '미움도' 용서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타인과 비교하는 잘못된 습성이 있다. 만약 다른 사람과 비교 열위에 빠지면 삶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발생한 자신의 쓰라린 아픔까지 사랑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심지어 이렇게 피폐해진 자신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특히 자신의 미움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긍정적 태도로 이렇게 말한다. '난 나를 사랑해/내 아픔을 사랑해/…/난 나를 용서해/ 내 미움도 용서해/두려운 세상도/난 문제없어'.

둘째, '너를' 사랑하고 '니 눈물을' 사랑하고 '너를' 이해하고 '니 슬픔도' 이해하는 것이다. 타인을 사랑하는 게 말같이 쉽지 않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상대방을 사랑하기는 훨씬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흘리는 차가운 '눈물'을 뜨겁게 사랑할 줄 안다면 그는 진실한 연인임에 틀림없다. 더 나아가 연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연인의 무거운 '슬픔'까지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그래서 화자는 깊은 내면으로부터 긍정적인 고백을 이렇게 털어 놓는다. '난 너를 사랑해/니 눈물을 사랑해/눈물 없다면 그건 삶이 아냐/난 너를 이해해/ 니 슬픔도 이해해/고달픈 세상/늘 너와 함께해'.

사람은 인생 여정에서 수많은 시련에 마주친다. 그렇게 다가온 고난을 담대히 앞으로 헤쳐 나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뒤로 물러날 수도 있다. 다만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는 선택의 문제이다. 만약 그 시련이 마치 물방울처럼 멀리 튕겨져 흩어질 정도로 너무 혹독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자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그 어떤 시련도 피할 수 없다면/차라리 즐기면 돼'. 어려움을 도저히 회피하기 힘들다면 오히려 어떠한 형태로든 즐기면 된다. 그러면 흩어진 물방울이 모여 돌을 뚫는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Yogi Berra)는 생전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야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인생도 '끝나야 끝인 거야'라고 곡명 '초인'에서 언급한 화자의 말은 영혼의 울림과 떨림이 크다. 아무도 인생의 '그 끝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너'와 '나'처럼 물방울 같은 미약한 존재가 이제 하나가 되어보자. 그래서 '우리'가 되면 광활한 우주에 놓인 어떠한 장벽도 허무는 수적천석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온 국민이 합심 대응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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