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 박제순 공덕비, 제자리 눕히고 '단죄문' 설치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20-02-17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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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미추홀구 인천도호부청사 담장 옆에 방치되고 있는 박제순 공덕비. /경인일보DB

15년전 철거 담장밑 방치 보도이후
관계자들 논의 끝에 '표지판' 결론
"부끄러운 역사, 반면교사 삼을것"


인천시가 조선후기 인천부사를 지낸 을사오적 박제순(1858~1916)의 친일행각을 알리는 '단죄문(斷罪文)'을 인천향교 앞에 설치하기로 했다.

15년 전 철거해 담벼락 밑에 방치해 놓고 있는 박제순 공덕비(2019년 3월 12일자 1·3면 보도)를 원래 자리인 향교 앞에 눕혀놓기로 했다.

인천시는 3·1 운동 101주년인 다음 달 1일 미추홀구 문학동 인천향교 앞 비석군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제순 영세불망비(永世不望碑) 단죄문'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당시 외부대신이었던 박제순은 이완용 등과 함께 늑약에 찬성하고 서명한 대표 친일파다.

1910년 경술국치라 불리는 한일합병조약에도 서명해 매국노라는 지탄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1888년 5월부터 1890년 9월까지 지금의 인천시장 격인 부사를 지냈는데 퇴임 후 그의 공적을 기리는 비석이 인천에 세워졌다.

박제순의 공덕비는 다른 부사들의 공덕비와 함께 인천향교 앞에 나란히 놓였는데 해방 60주년이던 2005년 친일파 박제순 공덕비가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경인일보 보도로 제기됐다.

이에 인천시는 중장비를 동원해 박제순 공덕비를 급히 철거했다.

박제순의 공덕비는 그 뒤로 행방이 묘연했으나 독립운동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경인일보 취재결과 인천향교 옆 인천도호부관아 재현건물의 담장 밑에 부직포로 덮여 방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인천시는 역사학계 등과 박제순 공덕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했고, 결국 원래 자리로 옮기되 눕혀놓고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기로 최종 결론지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박제순 선정비는 친일 잔재 청산 차원에서 철거됐지만,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을 애써 지우기보다는 우리 후손들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기 위해 다시 자리에 눕혀 놓기로 했다"며 "3·1절에 맞춰 인천향교 앞 비석군으로 옮겨놓을 계획이나 따로 행사를 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조용히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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