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해상 격리' 호화여행 끝판왕의 초라한 침몰

'코로나19' 파장 애물단지 전락… 대형악재 맞은 인천항 크루즈 산업

김주엽 기자

발행일 2020-02-2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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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탑승자 3700명 중 634명 감염·2명 사망
전문가들 "日 정부 안일한 대응이 사태 원인"
'비말 전파 전염병 취약' 위험성은 설왕설래

관련산업 '위축' 불가피… 亞 시장은 직격탄
인천항만공사 '불안감 해소·항공 연계'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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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는 특급호텔'이라 불리던 크루즈가 '떠다니는 세균 배양접시'로 전락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2명이 숨졌고, 확진자가 600명 넘게 발생했다. 

 

여러 국가에서 입항을 거부당하다 캄보디아에서 겨우 승객이 하선한 크루즈 '웨스테르담'호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감염병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크루즈 내부의 특수한 조건이 세균 배양접시 역할을 하면서 바이러스를 확산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한때는 호화 여행의 '끝판왕' 대접을 받았던 크루즈 전반을 둘러싼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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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감옥 된 호화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지난 3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입항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과 승무원 3천700여 명 중 2주가 지난 시간까지 배 안에 머물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애초 이들은 요코하마항에서 하룻밤을 머문 뒤, 곧바로 하선해 집으로 돌아갈 사람들이었다.

비극은 다음 날 요코하마항 앞바다에서 진행한 검역에서 20여 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앞선 기항지였던 홍콩에서 일부 승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 승객 하선을 금지하고, 크루즈 내에 격리 조치했다. 요코하마에 입항한 10여 일 동안 이 배에서는 63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20일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집단으로 확진자가 나오자 여러 나라에서는 크루즈 입항을 거부했다. 미국 선적 크루즈 '웨스테르담'호는 지난 5일 대만 가오슝을 출항한 이후 일주일 넘게 여러 항구를 떠돌았다.

 

이들은 일본과 대만, 필리핀, 태국뿐만 아니라 미국령 괌에서조차 입항을 거부당하다 지난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 겨우 입항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배에 타고 있던 미국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웨스테르담호 승객 중에서도 확진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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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적 크루즈 '웨스테르담'호는 2주 동안 여러 국가에서 입항을 거부당하다 캄보디아에 겨우 승객들이 하선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2월 인천항에 기항한 웨스테르담호에서 승객들이 하선하는 모습. /인천항만공사 제공

■ '떠다니는 세균 배양접시' VS '일본 미숙한 대처'


감염병 전문가들과 크루즈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일자 아시아판 기사를 통해 "일본이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다룰 때 하지 말아야 할 교과서적인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본 정부가 바보 같은 대응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를 본토에 상륙시키지 않겠다는 전략을 폈다"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도 같은 방침으로 하선을 시키지 않았는데, 철저히 방역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크루즈 업계에서도 "감염 승객을 하선시켜 치료를 시작하고, 나머지 승객들을 지정된 장소에서 2주 동안 격리했으면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크루즈가 세균 배양접시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좁은 선박 내에서 수천명이 생활하는 크루즈는 전염병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크루즈 안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승객과 선원들이 생활하기 때문에 면역력 차이로 바이러스 감염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식당, 카지노, 강당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탓에 타액 등 비말(飛沫)을 통해 전파되는 전염병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반면, 크루즈 업계에서는 '성급한 일반화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잘못된 방역에 의한 특별 케이스에 해당할 뿐 이미 여러 감염병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는 "업계는 승객과 승무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크루즈 272대 중 오직 1대에서만 '선상'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식당 등 공용 공간에서는 전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엄격한 위생 관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24시간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서 승객 간 접촉은 최소화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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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개장한 '인천항 크루즈터미널'. /인천항만공사 제공

■ 연이어 대형 악재 맞게 된 인천항 크루즈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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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크루즈 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을 중심으로 운항하는 아시아 크루즈 시장은 더 차갑게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크루즈 시장 주요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수도권 최초의 크루즈 전용 터미널인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을 개장한 인천항만공사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2013년부터 100척에 가까운 크루즈가 인천항에 기항하자 크루즈전용터미널 건설 계획을 세웠다. 당시에는 크루즈를 접안할 장소가 없어서 북항이나 내항 등과 같은 화물터미널에 승객이 하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크루즈 기항은 50여 척으로 줄었고,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인천항 크루즈는 연간 10~20척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드 보복이 해제될 조짐을 보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천항 크루즈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인천항만공사는 우선 크루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플라이 앤 크루즈(Fly and Cruise)' 프로그램 구축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플라이 앤 크루즈는 기항지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다음 크루즈로 갈아타 관광하는 것을 뜻한다. 미주와 유럽 노선이 많은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인천항에서 활용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인천항만공사는 플라이 앤 크루즈를 바탕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항은 2천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을 배후에 두고 있는 데다, 인천공항과 인접해 있어서 크루즈가 출발하는 항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항만"이라며 "유럽이나 미주 등 다른 지역의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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