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익의 '스타트업']더 좋은 제품

주종익

발행일 2020-02-2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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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크기·무게·편리성등 고려
문제해결 가능 필수품 확신 제시
안전성·만족감·서비스 필수
좋은 물건 만드는 것 보다
혁신제품으로 고객 사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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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스타트업 실패 원인의 첫 번째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와이컴비네이터의 창업자 폴 그램이나 린 스타트업의 원조 격인 스티브 블랭크 등이 늘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제품과 고객의 궁합(PMF: product market fit)이 잘 맞아야 성공한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다.

그러면 물건만 잘 만들면 고객은 줄을 설까? '더 좋은 쥐덫' 이야기를 해보자. 미국의 시인이며 수필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1871년 캘리포니아의 한 강연회에서 만일 남보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거나 남보다 설교를 더 잘한다든지 더 좋은 쥐덫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집이 아무리 외진 숲속에 있다 하더라도 고객이 그 집 문 앞에 줄을 설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회사가 더 좋은 쥐덫을 만들기 위해 경쟁을 했다. 실제로 울워스 슈퍼마켓에서 쥐도 잘 잡고 색깔도 좋은 '더 좋은 쥐덫'을 만들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때 미국에 쥐덫에 관한 특허가 자그마치 4천400개가 있었다고 한다. 쥐덫은 쥐덫일 뿐이다. 좋은 쥐덫을 비싸게 주고 사봤자 쥐를 잡은 쥐덫을 손으로 만져가며 씻고 잘 보관하고 쥐덫의 아름다움에 만족하기보다는 값싼 쥐덫을 사서 쥐와 함께 버리는 것을 고객은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2016년 10차 무역 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되어 수출이 부진해지자 '더 좋은 쥐덫'을 소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더 좋은 쥐덫은 제품을 말하는 것이니 제품을 잘 만든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출이 잘될 것이라 했다. 잘못 이해하고 한 말이라 후에 말이 많았다. 실패한 사례를 성공의 방법으로 잘못 안 것이다. 물건만 좋다고 고객이 줄 서는 것은 아니다. '더 좋은' 또는 '고객이 원하는'이란 뜻을 잘못 이해한 탓이다. '더 좋은'이나 '고객이 원하는'이란 말을 흔히 기술적인 성능과 기능만 향상시키면 된다고 잘못 생각한다. 특히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다. 성능과 기능이 제일중요 하다 치더라도 그렇다고 고객이 줄을 서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포함된 의미는 훨씬 복잡하다. 가령 성능과 기능은 좋은데 값이 엄청나게 비싸다든가 너무 크고 무겁다든가 사용법이 불편하다든가 구입하려면 험한 산속의 숲을 걸어가야 한다든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설명을 한다든가 한다면 고객이 줄을 서는 일은 없다.

고객이 줄을 서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궁합(Fit)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궁합이 많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기술적 성능과 기능은 물론 감성적 디자인, 크기, 무게, 편리성 등을 고려한 제품이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로 고객 문제점 해결 내용과 정도를 분석해서 필수품(Must Have)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세 번째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요소들인 가격, 지불방법, 구매의 접근성과 편리성, 신속성, 안전성, 온라인인가 오프라인인가 등도 신경 써야 한다. 네 번째는 구매 시점 전후의 서비스시스템이다. 제품 및 회사에 대한 상세한 정보의 제공이나 소비자 보호 전략과 고객의 언어와 눈높이에 맞는 고객 맞춤형 홍보 및 광고와 의사소통이 편안하고 빠르고 명확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제품과 회사의 포지셔닝이다. 신뢰와 안정성과 만족감을 주는 긍정적 이미지로의 위치 정립이다. 애플인가 삼성인가 아니면 다이소인가? 제품 한 개에 천 원짜리인가 백만 원짜리인가?

이런 통상적인 것 말고 정말로 어렵고 힘들지만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은 전략 혁신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고객이 제품을 쫓아오게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포드는 자동차를 만들 때 소비자들이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았다. 만일 내가 고객에게 어떤 운송수단을 만들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더 빨리 달리는 마차'를 개발해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자동차가 무엇인지 모르니 당연하다. 스티브 잡스는 고객은 보여주기 전에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고객이 바보라는 뜻이 아니다. 생각하지 못하는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그들을 사로잡으라는 뜻이다. 2007년 아이폰은 이렇게 탄생했다. 성공은 제품을 넘어선 곳에 존재한다.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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