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하고 범죄자 전락… 사회에 내던져진 아이들

보호종료 아동 우울한 홀로서기

손성배 기자

발행일 2020-02-24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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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보육원 나온 A, 지인 B에 車 사고 빌미 자립정착금 모두 뺏겨
감금·폭행에 자동차깡 이용 '유죄' 판결… 전문가 "어른 조력 필요"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에서 살다 법적으로 만 18세 성인이 돼 퇴소 후 자립하는 '보호종료 아동(시설 퇴소자)'들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 범죄의 늪에 빠지고 있다.

수원의 한 양육시설에서 자란 A(21)씨는 일본 국적의 B(27)씨 일당에게 수차례 감금과 폭행을 당하면서 자립을 위해 지자체가 지급한 '자립정착금'과 후원금 대부분을 빼앗기고 이들의 꾐에 넘어가 사기범이 될 처지에 놓였다.

2018년 1월 시설을 나온 A씨는 그해 3월31일 렌터카 업체에서 일하는 B씨의 지인에게서 차를 빌려 운전하던 중 의왕에서 단순 접촉 교통사고를 냈다.

당황한 A씨는 사고처리를 하지 못해 쩔쩔매다 B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B씨 일당은 사고처리를 이유로 A씨로부터 2천130만원을 뜯어냈다. A씨가 건넨 돈은 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모은 후원금 1천여만원과 수원시에서 지급한 자립정착금 1천만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감금과 폭행도 당했다. B씨 일당은 A씨를 모텔에 감금하고 1.5ℓ 생수 5병을 억지로 마시게 하는가 하면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폭행도 했다.

얼굴이 다 터지고 온몸이 퉁퉁 붓는 고통 속에서도 A씨는 도움을 구할 곳이 없었다. B씨 일당이 수시로 휴대전화 검사를 하며 감시해 다친 얼굴과 몸 사진을 찍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화장실을 갈 때조차 B씨 일당이 따라 들어왔다.

또 속칭 '자동차깡'도 당해 사기전과를 뒤집어쓸 처지다. 금융거래에 어둡고 주변에 의논할 어른이 없는 A씨의 약점을 이용해 중고차 브로커와 B씨 일당 등이 할부로 차량을 구입하게 한 뒤 대포차로 팔아넘겼다.

할부금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A씨는 캐피탈업체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사기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A씨는 항소해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A씨 사건을 맡은 수원중부경찰서는 사기, 공갈, 공동폭행 혐의로 B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피의자 5명 중 2명은 A씨와 함께 생활하던 아동양육시설 출신이다.

전문가는 갓 시설을 나온 퇴소자가 무작정 쥐어준 자립정착금으로 인해 범죄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며 '어른의 부재'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정선욱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A씨가 교통사고를 냈을 때, 차를 구입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어른들이 있고 동행만 해줬어도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들에겐 성장과 미래를 위한 금전적 지원과 올바르게 조력해 줄 어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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