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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자성어가 중국 고사에서 나왔지만, '각자 살기를 도모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은 그 어떤 중국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순수하게 우리 조상들이 쓰던 말인데, 조선 시대 백성의 비참한 삶을 떠올리면 이만큼 슬픈 사자성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각자 각(各), 스스로 자(自), 꾀할 도(圖), 살 생(生). 그냥 보고만 있어도 네 글자에서는 절박함이 묻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 시대는 '일천즉천(一賤則賤 :부모 중 한쪽만 노비면 자손도 노비)' 원칙이 무려 500년간 유지된 사회였다. 하층민의 숫자가 전체인구의 50%를 넘었다. 1894년 갑오개혁에서 신분제가 철폐됐지만 땅 한 마지기 없는 농민은 노비나 다름없었다.

조선 시대에 수많은 환란과 기근이 있었다. 농민과 노비의 삶이 비루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누구도 그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임진왜란 때 백성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선조, 병자호란 때 유린당하는 백성을 놔둔 채 홀로 남한산성에 숨어 들어가 온갖 수모를 당한 인조, 길바닥엔 굶어 죽은 시신이 널브러져 걷기조차 힘들었다는 1809년 대기근과 삼정의 문란으로 부패가 극에 달했던 순조. 모두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임금들이다. 백성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그때 그들이 터득한 삶의 철칙 중 하나가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였다.

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 200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상황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정부를 믿고 국민들은 경제 활동에 임해 달라"던 문재인 대통령이 느닷없이 "국민도 방역주체"라고 말한 후 이런 분위기는 더 심해졌다.'대구·경북 봉쇄' 발표가 나오자 일부에선 '각자도생'을 주장하며 정부에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불안은 금물이다. 코로나 19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지만 치사율은 메르스보다 낮다. 각자 기초적인 위생 수칙만 잘 지켜도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가벼운 증상인데도 겁을 먹고 무작정 큰 병원을 찾는 건 피해야 한다. 가능하면 다중 시설을 이용하지 말고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면 먼저 질병관리본부 1339로 전화해 지침에 따라야 한다. 지금은 '마스크 착용''외출 후 반드시 손 씻기'등 우리 건강은 우리 자신이 지키는 것이야 말로 '각자도생'이다.

/이영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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