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당신이라는 갸륵' 들고 본업으로 돌아온 김인자 시인

시는 침묵에 가장 가까운 언어… 왠지모를 우울감으로 숨고 싶어

김종찬 기자

발행일 2020-02-2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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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시인111
/김인자 시인 제공

문단 등단후 배낭 메고 '여행작가' 변신
사랑·일상·야생화 등 다양한 소재 100편
평론 해설·추천사 없이 '자기만의 색깔'
16년간 기다려준 출판사에 고마움 전해


김인자 시인
시인이 시집을 내지 않으면 출판사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줄까.

 

몇 년까지는 기다려 주겠지만 십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기다려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통상적인 관점은 도서출판 '리토피아'와 김인자 시인의 관계로 바뀌었다. '리토피아'는 김인자 시인이 시집을 출간하기까지 1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지난 1989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현대시학 '신인상'을 거쳐 문단 활동을 시작한 김인자 시인은 1990년대 돌연 배낭하나 짊어지고 세계여행을 시작하는 등 외도의 길을 걸었다.

여행작가로 활동하던 그는 문단 입문 당시 인연을 맺은 '리토피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랜만에 시인으로 돌아왔다.

그는 '리토피아'의 시집 출간 100권을 기념한 '리토피아 포에지 100번'을 맞아 100편의 시로 답하는 특별한 시집 '당신이라는 갸륵'을 출간했다.

시집은 ▲여행이야기 '길, 아름다운 유배', 사랑과 일상을 담은 '일상, 삼류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나는' ▲숲과 대자연을 노래한 '자연, 꽃에 물들거나 바람에 마음 베이는' ▲꽃(야생화)에 대한 찬가 '내가 반 가고 네가 반 온다는 꽃말' 등으로 나뉜 100편의 시가 176쪽의 행간을 채우고 있다.

그는 "이번 시집은 지금껏 나의 책이 그래 왔듯 남들이 취하는 보통의 형식을 버렸다. 이름 있는 평론가의 해설이나 추천사, 심지어 표사 한 줄도 싣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긴 시간 우정 변치 않고 책 중에 가장 팔리지 않는다는 시집을 선뜻 출간해준 '리토피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는 침묵에 가장 가까운 언어'라고 생각한다는 김인자 시인은 '리토피아'와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해 이번 시집에 더욱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한 독자는 김인자의 시집이 출간되자 시를 '마약'과 같다고 표현했고, 또 다른 독자는 '인생시집'이라고 칭했다.

그는 "그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시들과 산문집 행간에 숨겨둔 시편들, 그리고 신작을 모아 이번 시집을 내게 됐다"며 시집 속의 '낭만에 대하여'가 가장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음악이 흐른다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같은 거겠지/방파제가 보이는 2층 등대 다방에 앉아/쌍화차를 시켜야 하나 망설이다 커피를 시켰다/대체 얼마만 인가 불륜처럼 달착지근한 이 맛…'

그는 "매번 책을 내고 나면 자족감보단 왠지 모를 우울감으로 숨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역시 참을 수 없는 감정들이 검은 외투 위로 수북이 떨어진 비듬 같다"며 "과연 몇 명의 독자가 이 책을 고를지 알 수 없지만 '리토피아 포에지 100번'에 답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시집을 출간했다"고 전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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