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심각'할수록 구석구석 살펴봐야 할 때

손경년

발행일 2020-03-02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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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재단, 법 적용
코로나19 피해 예술인 위해
복권기금 180억원으로
특별융자 한시적 운영한다니
그나마 한숨 돌릴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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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알다시피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전 유럽의 유행병으로 기억하고 있는 흑사병은 쥐에게 붙어있는 벼룩을 통해 인간에게 옮기는 박테리아의 일종인 페스트균이 원인이었다. 최초 진원지는 히말라야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몽골제국 성립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접촉이 빈번해지는 새로운 변화에 따라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에 의하면, '1347년에 제노바의 식민지인 카파를 포위한 타타르족이 흑사병에 전염된 시체들을 석궁에 매달아 도시 내부에 버렸고, 포위를 피해 탈출한 자들이 몸에 있던 병원균을 콘스탄티노플과 해안 도시들을 통해 서유럽 전역에 옮겼다'는 증언이 있다. 이 시대의 자료에 따르면, '흑사병을 신의 재앙 또는 비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범죄행위로 해석', 사람들은 '흑사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 행사, 순례, 채찍질을 하거나 집단 히스테리와 특정 인종의 학살도 자행'했다고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적인 설명을 위한 노력과 예방적 차원의 지침들도 있었다'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전 지구적 대응이 요구되는 질병을 '자주' 겪다 보니, 1348년에 시작된 흑사병이 떠올랐다. 물론 현대의 질병관리 수준이나 삶의 환경 자체가 달라서 유사한 경우로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정부는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1월 27일 '경계' 그리고 2월 23일에는 '심각'으로 상향하였다. 3월 1일 기준으로 중국을 포함, 51개국 8만3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확인된 상태이다. 이 전염병은 모든 사람에게 위협적이기에 퇴치는 당연히 인류 공동의 목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염병의 발생 원인, 감염경로, 안전망 확보 등은 사회 시스템 수준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하나, 감염에 대한 긴장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노 등의 격렬한 감정폭발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감각의 강화에서 오는 '혐오'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14세기의 '자신의 보호' 방식과 닮아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경계' 단계에서 문화예술 행사나 공연 등의 실시 여부는 지역특성과 상황에 따라 자율적 대처를 취했으나, '심각' 단계에서는 모든 사업의 취소 또는 연기를 하도록 했다. '코로나19'의 강한 전염성의 특성 탓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운영은 아무래도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나 식당, 전통시장, 쇼핑몰 등의 이용도가 떨어지다 보니 소상공인들의 생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의 경우도 사업실행 시점에 전면 중단이나 연기를 함에 따라 소규모 예술단체나 예술인들의 생계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에 시간과 힘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정신이나 육체 따위가 지쳐서 고단'할 때 우리는 '피로하다'고 말하며, 이러한 피로는 수고와 노동 속에 있다. 피로가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사람들이 이를 감내하는 이유는 결과의 성취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소수를 제외하면 금전적 보상이 그리 많지 않은 직종으로 이해되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연극,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분야별 예술인들이 모여 기획, 연습 그리고 실행의 과정을 오롯이 거쳐야만 관객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그 과정을 보면 참여한 예술인의 땀을 요구하는 노동이 있고,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의 고단함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수고를 통한 피로를 피하지 않고 기꺼이 정면으로 맞는 이유는 삶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 속에 자신을 귀환시킴으로써, 예술을 통한 삶의 성장을 갈구할 때 생기는 허기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활동이 곧 삶인 예술인들에게 있어서 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복지법 제 10조 6'에 의해 '코로나19'의 피해 예술인을 위해, 복권기금 180억원을 기반으로 2020년 3월부터 특별융자를 한시적으로 운영, 지원한다고 하니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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