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생명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한 봄의 선물 '고로쇠나무'

조성미

발행일 2020-03-09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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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이로운 나무'란 뜻
미네랄성분 물보다 30~40배 많아
여성·노인·어린이 면역력 강화
이뇨작용 좋아 노폐물 배출 효과
재질 단단 운동기구·악기등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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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기획전략상무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와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도 지나 이제 산과 들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남녘으로부터 매화나 복수초의 개화소식이 들려오고 부지런한 산수유나무나 생강나무는 가지마다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으며 아직 준비가 덜된 나무들은 꽃과 잎 틔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나무들은 봄맞이 준비에 한창이지만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 중단과 생계에 대한 위협 등 모든 게 멈춰 있어 계절의 변화조차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확산차단에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잠시 가까이 있는 나무와 숲에서 삶의 여유와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일상을 유지하면 면역성을 높여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은 봄과 함께 찾아온다는 '봄의 전령사' 고로쇠나무 수액이 제철이다.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져 가는 바람 속에서 맛보는 한잔의 달착지근한 고로쇠 수액은 직접 가지 않아도 숲속의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로쇠나무는 '뼈에 이로운 나무'란 뜻이다. 통일신라 말의 승려이자 고려 왕건의 스승인 도선국사가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기나긴 수행 끝에 도를 깨우치고 일어나려 했을 때 오랜 좌선으로 무릎이 굳어져 마침 앞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 했으나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부러진 가지에서 수액이 흘러나왔고 그걸 받아마셨더니 신기하게도 무릎이 펴지고 원기를 회복했다고 해서 골리수(骨利樹)나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고로쇠나무는 고로실나무, 오각풍, 수색목, 색목 등으로 불리며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다.

우리 조상들은 고로쇠나무 외에도 다래나무,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층층나무 등에서 수액을 채취해 마셔왔다. 경칩이 다가오면 나무에 상처를 내고 수액을 마시는 풍속이 이어져 왔는데 수액을 마시면 몸에 병이 생기지 않으며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여겼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수액을 풍당(楓糖)이라 하고 위장병이나 신경통, 관절염 환자에게 효험이 있다고 했다. 나무가 주는 천연 약수인 고로쇠 수액에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영양소인 미네랄 성분이 보통 물에 비해 30∼40배 정도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과 에너지 공급원인 과당 등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맛이 뛰어나고 흡수가 빠른 천연 이온음료라고 할 수 있다. 뼈가 약한 여성이나 노인들, 성장기 어린이들이 마시면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으며, 이뇨작용도 있어 운동 전후에 마시면 몸속에 축적된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도 좋다. 고로쇠 수액은 지역별로 맛이 조금씩 다른데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우산고로쇠 수액에는 고로쇠 수액보다 당분 함량이 2배가량 높고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쌉싸름한 인삼의 맛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수액 채취는 모든 나무에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 가슴높이의 직경이 적어도 10㎝ 이상 되는 나무에 드릴로 1∼3개 정도의 구멍을 뚫어 호스를 연결해 채취한다. 고로쇠 수액은 해발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곳에서 채취할수록 단맛이 강하다. 아침저녁 기온이 영하3℃ 내외, 낮 기온이 7℃ 정도로 기온차가 10℃ 정도 될 때가 채취 적기이다. 수액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한 날에는 생산량이 적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날에는 생산량이 많다. 이제는 채취작업시 최신 자동설비로 항균 필터에 자외선 살균작업까지 거쳐 위생적이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의 잎이 지는 넓은잎 큰키나무다.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며 중국과 일본, 사할린섬에 분포한다. 계곡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며 생장이 빠른 편이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단풍나무과 나무 중 가장 굵고 높게 자라는데 높이 20m까지 자라며 수액도 가장 많이 생산한다. 잎은 마주나고 손바닥처럼 5∼7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잎끝이 뾰족하고 톱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4∼5월에 황록색 작은 꽃이 잎보다 먼저 위를 향해 핀다. 9∼10월에 익는 열매는 프로펠러 같은 날개가 있으며 90도 내외로 벌어져 달린다. 나무껍질은 회색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목재는 재질이 곱고 매우 단단해 운동기구, 가구, 악기 등 그 용도가 다양하며, 앞으로 고가품으로 개발할 가치가 높은 나무이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기획전략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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