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불법체류자 아니고 미등록외국인

2020031201000679300035511
손성배 사회부 기자
독일 심리학자 볼프강 쾰러가 고안한 '부바-키키효과'는 기의와 기표의 결합관계는 자의적이라는 언어학의 기본 전제를 뒤집는다. 뾰족뾰족한 도형과 둥글둥글한 도형을 놓고 어떤 도형이 부바, 키키인지 정하라고 했더니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둥글둥글 도형을 부바, 뾰족뾰족한 도형을 키키라고 불렀다.

존재 자체가 법에 어긋나는 사람들이 있다. 법무부는 이들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른다.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들은 미등록외국인 혹은 미등록노동자라고 부른다.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가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 더 초점을 맞춘 표현이다. UN에서도 미등록 비정규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권고하고 있다. 불체자라고 하면 무시무시한 범죄자를 떠올리게 되지만, 미등록외국인이라고 하면 시무룩한 약자가 떠오른다.

지난 10일 오후 존재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미등록외국인을 만났다. '부바'스러웠다. 미등록외국인 체불임금 사건을 맡은 노무사로부터 '경찰 협박. 전화 주삼'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상황을 파악하고 급히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갔더니 마스크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겁에 질린 태국 국적 미등록외국인 녹씨가 앉아 있었다. 로비에는 지역경찰관 2명이 '불체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나와 있었다. 협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미등록외국인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이 외국인의 신분을 알았다고 해도 출입국 당국에 통보할 의무는 없다는 제도가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다. 이 통보의무 면제제도에 근로기준법이 빠져있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으며 자동차 부품을 만든 미등록 외국인은 보호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었다. 노동의 대가는 소중하다. 미등록외국인의 임금도 마찬가지다. 녹씨가 일한 공장 사장에게 미등록외국인은 사람이 아니라 도구였다. KBS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사장님 나빠요."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손성배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