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제 유가는 절반 가까이 줄어 들었지만, 국내 휘발윳값은 5%가량 감소에 그쳐 소비자들이 유가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던 국제유가가 지난 2016년 30달러대까지 떨어져 당시 국내 휘발윳값도 1천300원대까지 하락했다. 셰일가스란 황금알을 발견한 미국을 견제하려고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을 늘리면서 '유가 전쟁'이 벌어진 탓이다.
최근에도 지난 1월 배럴당 60달러대에 거래되던 국제유가가 또다시 30달러대로 주저 앉았다.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요인이다. 세계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산유국들이 감산 논의에 나섰지만 실패하자 또다시 '유가 전쟁'이 발발했다.
하지만 지난 두 달 사이에만 절반 가까이 급락한 국제유가와 달리 국내 휘발윳값은 5%밖에 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폭락한 국제유가만큼 국내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감산 협의' 무산에 불붙은 '유가 전쟁'…하락세도 지속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던 지난 1월 평균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50달러대로 떨어지더니 최근 20~30달러 선을 오가는 등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적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합의까지 불발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에 나타난 '유가 전쟁' 조짐으로 유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1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30달러대에 겨우 턱걸이를 한 수준이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치다.
두 달 전만 해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선에 거래됐다. 중동 두바이유는 지난 1월 평균 가격이 배럴당 64.3달러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3월 첫째주 50.1달러로 떨어지더니 최근엔 3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감산 협의 실패에 따른 유가 전쟁 조짐이 현실화되면서 당분간 국제유가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6일 감산 협의에 나섰지만 비OPEC 산유국인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되면서 다시 시장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며 증산에 나섰다.
12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리야드 주식시장(타다울) 공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최대 산유 능력을 현재 일일 1천200만 배럴에서 100만 배럴 더 올려 1천300만 배럴로 상향하라는 에너지부의 지시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연방(UAE)도 가세했다. UAE 국영 석유회사 ADNOC는 다음 달부터 산유량을 현재 하루 30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로 33% 확대한다는 계획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름값 하락은 언제? 국제유가 영향 적은 '3가지 이유'
잇따르는 산유국들의 증산 움직임과 뒤늦게야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해외 국가 등 여파로 국제유가는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국내 휘발윳값 등 기름값 하락으로 시민들은 현재 1천500원대인 기름값이 4년 전과 같은 1천3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인 지난 1~3월 절반 가까이 줄어든 국제유가와 달리 국내 휘발윳값은 5%가량 감소하는 데 그쳐 여전히 1천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을 보면 12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윳값(ℓ당)은 1천494원으로 직전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1월 3일 1천571원보다 77원(4.9%) 하락했다.
폭락한 국제유가 만큼 기름값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기름값 하락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이유는 3가지가 있는데, 이로 인해 적어도 2~3주는 지나야 휘발윳값이 내릴지 내다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국내 기름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가 가장 큰 요인이다. 휘발윳값 가운데 각종 비용을 제외한 60%가 유류세라는 세금인데 이는 고정비용이다 보니 국제유가 등 하락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국제유가가 수십% 떨어지더라도 실제 소비자가 구매하는 기름값의 하락률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또 한 가지는 국제유가가 결정되는 원유 시장과 직접 거래하는 해외 국가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국제석유제품 시장, 즉 원유를 재생산한 제품을 거래하는 시장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원유 시장과 달리 각종 유통과 생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국제석유제품 시장에 영향을 받는 경제적 요인이 다양해 원유 시장 변동에 직접적 영향이 적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원유 시장에서 가격 하락 등 요인이 발생한 뒤 정유사와 주유소 등까지 실제 변동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데 유통 기간상 최소 2~3주가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
1천300원대 또는 1천400원대로 휘발윳값이 떨어진다 해도 적어도 2~3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가 지난 뒤에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폭락하는 국제유가의 영향이 국내에 도달하는데 한달 가량 기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러 요인에 따라 얼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 내다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시민들은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는 만큼 기름값도 떨어지는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큰데 실제는 여러 요인과 기간이 소요된다"며 "이마저도 유류세에 따른 하락율 감소와 국제석유제품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 만큼까지 휘발윳값이 떨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지난 1월 배럴당 60달러대에 거래되던 국제유가가 또다시 30달러대로 주저 앉았다.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요인이다. 세계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산유국들이 감산 논의에 나섰지만 실패하자 또다시 '유가 전쟁'이 발발했다.
하지만 지난 두 달 사이에만 절반 가까이 급락한 국제유가와 달리 국내 휘발윳값은 5%밖에 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폭락한 국제유가만큼 국내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감산 협의' 무산에 불붙은 '유가 전쟁'…하락세도 지속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던 지난 1월 평균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50달러대로 떨어지더니 최근 20~30달러 선을 오가는 등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적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합의까지 불발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에 나타난 '유가 전쟁' 조짐으로 유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1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30달러대에 겨우 턱걸이를 한 수준이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치다.
두 달 전만 해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선에 거래됐다. 중동 두바이유는 지난 1월 평균 가격이 배럴당 64.3달러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3월 첫째주 50.1달러로 떨어지더니 최근엔 3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감산 협의 실패에 따른 유가 전쟁 조짐이 현실화되면서 당분간 국제유가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6일 감산 협의에 나섰지만 비OPEC 산유국인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되면서 다시 시장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며 증산에 나섰다.
12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리야드 주식시장(타다울) 공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최대 산유 능력을 현재 일일 1천200만 배럴에서 100만 배럴 더 올려 1천300만 배럴로 상향하라는 에너지부의 지시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연방(UAE)도 가세했다. UAE 국영 석유회사 ADNOC는 다음 달부터 산유량을 현재 하루 30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로 33% 확대한다는 계획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름값 하락은 언제? 국제유가 영향 적은 '3가지 이유'
잇따르는 산유국들의 증산 움직임과 뒤늦게야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해외 국가 등 여파로 국제유가는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국내 휘발윳값 등 기름값 하락으로 시민들은 현재 1천500원대인 기름값이 4년 전과 같은 1천3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인 지난 1~3월 절반 가까이 줄어든 국제유가와 달리 국내 휘발윳값은 5%가량 감소하는 데 그쳐 여전히 1천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을 보면 12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윳값(ℓ당)은 1천494원으로 직전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1월 3일 1천571원보다 77원(4.9%) 하락했다.
폭락한 국제유가 만큼 기름값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기름값 하락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이유는 3가지가 있는데, 이로 인해 적어도 2~3주는 지나야 휘발윳값이 내릴지 내다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국내 기름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가 가장 큰 요인이다. 휘발윳값 가운데 각종 비용을 제외한 60%가 유류세라는 세금인데 이는 고정비용이다 보니 국제유가 등 하락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국제유가가 수십% 떨어지더라도 실제 소비자가 구매하는 기름값의 하락률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또 한 가지는 국제유가가 결정되는 원유 시장과 직접 거래하는 해외 국가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국제석유제품 시장, 즉 원유를 재생산한 제품을 거래하는 시장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원유 시장과 달리 각종 유통과 생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국제석유제품 시장에 영향을 받는 경제적 요인이 다양해 원유 시장 변동에 직접적 영향이 적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원유 시장에서 가격 하락 등 요인이 발생한 뒤 정유사와 주유소 등까지 실제 변동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데 유통 기간상 최소 2~3주가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
1천300원대 또는 1천400원대로 휘발윳값이 떨어진다 해도 적어도 2~3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가 지난 뒤에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폭락하는 국제유가의 영향이 국내에 도달하는데 한달 가량 기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러 요인에 따라 얼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 내다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시민들은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는 만큼 기름값도 떨어지는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큰데 실제는 여러 요인과 기간이 소요된다"며 "이마저도 유류세에 따른 하락율 감소와 국제석유제품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 만큼까지 휘발윳값이 떨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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