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코로나19의 정치사회학

최창렬

발행일 2020-03-18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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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집단감염서 드러난 노동자 현실 등
위급시 리더십 발휘는커녕 정치적 이용만
정당들의 과도한 비판 사태해결 도움 안돼
진정·차별성 가지고 임해야 표심 움직일것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1대 총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코로나19가 진압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팬데믹(대유행)이 선언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촘촘히 연결된 세계화 시대의 위기감과 불안감도 날로 증폭되고 있다. 팬데믹은 보건학적으로 생명의 사망 뿐만이 아니라 국제정치나 국제안보의 차원에서도 주목받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안보위협을 넘는 마약거래, 사이버 테러, 초국경 인신매매, 테러 등 점증하는 불안요인은 국제질서와 인류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

미증유의 감염병 확산이 사회의 얼개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상황도 이의 연장에서 파악할 수 있다. 재난과 참사, 전쟁 등은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법이다. 코로나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 국한한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의학과 과학의 영역 이외에서 한국사회가 정치체계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드러내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재난에 취약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콜센터는 고객 대응 전문 외주업체가 운영한다. 회사 측은 코로나 사태 이후 상담 중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지만 마스크를 쓴 채 오랜 시간 통화가 어려운 상담원들의 현실을 살피지 않았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노동계의 원청과 하청업체간의 관계라는 구조적 요인은 하청업체들이 노동자의 건강보다는 비용이나 고객서비스 질 문제 등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비단 콜센터 뿐만이 아니라 정부가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직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유급휴직과 가족돌봄, 재택근무 등에서도 사회적 양극화는 어김없이 작동한다.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마스크 복지도 대기업·공공부문과 열악한 직종간에는 현저한 차이가 존재한다. 용역과 파견 등의 비정규직 등이 재난에 쉽게 노출되는 '위험의 외주화'는 비단 코로나 사태 뿐만이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후생 복리 격차는 재난 상황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2014년 세월호와 2015년의 메르스 사태 등 대형 재난과 참사는 평상시에 조명되기 어려운 사회의 어두운 구석과 구조적 모순들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드러난 문제들을 보완하느냐가 중요하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이후 재난안전 시스템, 정부조직 등 긍정적 변화도 있으나 사회 각 부문의 부정의한 부분들은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치가 이러한 위급한 상황을 관리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정당들이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이러한 상황은 두드러진다. 위급한 상황과 사회적 위기에서 정치가 본연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에서 코로나19 역시 선거와 정쟁의 도구로 소환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을 예단할 수 없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사회는 자영업, 영세상공업 구조는 물론이고,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맹목으로 행해지는 반사회적 행태와 관련한 행정권력 행사의 정당성의 문제 등 사회적 의제 등도 공론화 과정을 요구받고 있다.

선거를 앞둔 시기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정부 정책에 대한 대안과 비판을 넘는 과도한 비난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총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가 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개표 후에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진정성과 차별성을 가지고 임하는 정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정당들은 백해무익한 정치적 언급을 자제해야 하고, 정부 관리도 감수성과 반응성의 차원에서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제와 마찬가지로, 질병·재난도 사회적 심리와 상호조응하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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