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쫓기는 건물주… '나쁜 임대료' 속사정

황준성 기자

발행일 2020-03-19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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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2천여명 '인하 운동' 동참
상대적 박탈감에 무작정 요구도
"은행 응답해야" 국민청원 등장

수원에 사는 김모(58)씨는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 자금을 위해 대출까지 끌어들여 간신히 상가 1개를 분양받아 임대했지만, 최근 확산되는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해 임대를 내놓으면서 주변보다 저렴하게 임대료를 받고 있는데 임차인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며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싶지만 매월 대출 이자를 내는 일도 만만치 않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용인의 한 건물 상가를 임대 받아 음식점을 하고 있는 최모(42)씨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해 줄 생각을 하지 않아 매출 감소로 인한 월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바로 옆 건물 상가는 월세를 3개월간 20%가량 인하하기로 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18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전국적으로 임대인 2천298명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했다.

점포 기준으로는 2만4천921곳이 혜택을 받고 있다. 임대료를 내린 전통시장과 상점가도 375곳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의 운영난이 현실화되면서 영세 소상공인에게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이 퍼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면에 마찰음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 임차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반면 여유가 없는 임대인들은 무작정 인하를 요구하는 임차인들로 곤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대출을 안고 건물이나 상가를 사는 경우가 많아 일부 임대인들은 대출금 원금과 이자, 세금, 공과금까지 다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싶어도 동참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행들도 임대사업자의 대출이자를 낮춰달라는 내용의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착한 은행으로 응답해 주십시오'라는 청원 글이 올라온 상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착한 임대인 운동의 좋은 취지와 임대인의 부담을 모두 고려해 은행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참여 시 인센티브를 주는 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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