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마스크 착용 급격한 피로
신분증 요구 방문이력 등 캐묻자
일부 시민, 의심증상 없다며 짜증
"병원 뚫리면 끝장 이해해주셔야"
병원은 전염병 전선의 맨 앞에 있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에게는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하루라도 멈출 수 없는 병원에 전염병이 돌면 안 되는 이유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모든 대형 병원이 출입구에 '통제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다.
병원을 찾는 이들은 이것저것 캐묻는 이 통제소가 귀찮기만 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병원을 믿고 통제에 따르는 우리 모두의 자세가 절실하다.
2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운영 중인 '출입 통제소'에서 경인일보 김태양 기자가 병원을 방문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국내외 감염병 오염지역 방문 이력·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23일 오전 9시께 가천대 길병원 본관 1층 '출입 통제소'.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기자가 직접 체험을 해봤다. 간단한 교육을 받고 방호복을 입고 위생 장갑과 고글을 착용했다.
방문자들에게 신분증을 받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감염증 오염지역 방문 이력을 확인하고, 대구·경북·해외 등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기침이나 발열 등의 증상은 없는지를 일일이 파악했다. 특이사항이 있으면 전문요원으로부터 추가 조사를 받는다.
방호복 등을 입은 상태로 업무를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마스크 때문에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얼굴이 답답하고 눈은 급격히 피로해졌다.
이럴 경우 잠깐 동안 고글을 벗어 바람을 쐴 수 있었다. 눈의 피로를 푸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외래환자가 몰리면서 그럴 틈도 없었다.
한창 나이인데도 몸은 지쳐갔다. 더 힘들게 한 것은 방문객들의 짜증 섞인 반응이었다.
한 60대 남성은 신분증을 요구하자 "빨리 가봐야 한다"고 하더니, 다른 물음이 이어지자 짜증을 냈다. 출입통제소를 통과해도 된다는 의미의 파란색 스티커를 옷깃에 붙여줄 때에는 "자꾸 (옷을) 문지르지 말라"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도 있었다.
통제소에서 빚어지는 흔한 풍경이었다. 이애림 가천대 길병원 감염관리실 간호사는 "본인은 위험지역을 방문한 적도 없고 코로나19 의심 증상도 없는데 계속 질문하는 것에 대해 화를 내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며 "시민들도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해하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본관, 인공지능암센터 등 8곳에 출입 통제소를 설치하고, 하루 평균 3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병원 측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시민들이 정해진 절차에 잘 따라주는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민들이 많이 불편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확진자가 발생하게 되면 병동, 응급실 등 병원 어디든지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된다"며 "의료진 등 관계자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도 조금 더 이해해 주시고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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