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선(線), 선(善), 선(先)

김기배

발행일 2020-03-25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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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모두 위한 '線'
정서적 거리 좁히기 노력 '善'
내일은 늦어 지금 당장 '先'
'감염병과 전쟁' 승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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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배 수원시 관광과장
선선한 날씨에 우리는 참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하얀 목련(양희은님)'이 피고 '벛꽃엔딩(장범준님)'이 울리건만 우리는 아직도 기나긴 겨울의 터널 속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봄꽃은 어서 나와 나를 반기라며 제 잘난 멋을 뽐내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봄꽃은 커녕 함께 나가 줄 사람과의 간격을 벌리느라 '냉장고 파먹기'라는 웃픈 현실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집안을 둘러보다가 아들놈의 삼선슬리퍼를 보고 '선'에 꽂혀 몇 글자 끄적거려 봅니다.

첫째 선(線)은 '사회적 거리두기'입니다.

이유야 온 국민이 다 아실테니 각설하고 제가 생각한 線은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한 線입니다. 아는 분들께 "마스크는 왜 쓰고 다니십니까?"라고 여쭤보니 "나 때문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씁니다."라고 하십니다.

우리 민족은 늘 이랬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참 이상한 나라'라는 동영상을 보시면 더욱 공감이 되실 겁니다. '우리나라', '우리 마을', '우리 동네'… '나'보다 '우리'를 항상 먼저 생각하는 지혜로운 민족인 '우리'가 이번에도 線을 잘 지켜서 '나'로 인해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線을 지켜야 이 끔찍한 전쟁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둘째 선(善)은 '정서적 거리 좁히기'입니다.

모이지 말라고 합니다. 만나지 말라고 합니다. 집에만 있으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네 인간관계는 점점 멀어질 거라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혼자 놀기'에 익숙지 않은 우리에게 무언가 몰두하도록 해야 합니다. 제 생각은 '정서적 거리 좁히기'가 답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 속에 고통받으며 누군가의 응원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따뜻한 전화 한 통, 기억도 가물가물한 손 편지 쓰기, 힘든 환경에도 지금까지 잘하고 있는 내 머리 쓰담쓰담 등 마음과 마음을 잇는 선(線)을 만들고 선(善)을 완성하는 일을 지금 시작합시다. 우리는 善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선(先)은 '지금 당장'입니다.

"오늘은 반드시 지켜야 할 모임이 있으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내일부터 하자.", "정서적 거리 좁히기 동참하고 싶지만 이제와서 쑥스럽고 낯부끄럽잖아?" 아닙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합니다. 하루만 미루자, 조금만 늦추자 했던 나의 생각이 어쩌면 이 전쟁을 한달이든 일년이든 끝도 없이 늦출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유럽의 어느 나라는 수천의 생명이 죽어가고,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수천명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너무 늦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이 바로 선(善)입니다.

선(線), 선(善), 선(先)을 지키는 우리에게 희망이란 단어는 현실일 겁니다.

봄날처럼 다가온 희망을 움켜쥐고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합시다.

생각난 김에 아들놈에게 새 삼선슬리퍼나 하나 사다 줘야겠습니다.

더 찬란한 봄을 기다리며….

/김기배 수원시 관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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