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공영방송, 존재의 이유를 생각한다

이영철

발행일 2020-03-25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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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부담 TV 수신료로 운영 불구
수당 부당수령 등 사건사고 잇따라
정치적 중립·상업성으로부터 독립
공익적 '고품격 콘텐츠' 개발 위해
종사자들 엄격한 도덕성 전제돼야

이영철 협성대 교수1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KBS 일부 아나운서의 '연차수당 부당수령'뉴스는 우리 사회에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KBS는 국가 기간(基幹)방송으로서 그 재원을 시청자인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TV수신료' 명목으로 매월 2천500원을 전기료와 함께 징수하고 있다. 고지서에 KBS가 명시되지 않고 비교적 소액이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는 이들이 많다. 한 가구당 연 3만원이다. KBS도 공익성이 강한 프로그램의 끝에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했다는 자막을 띄운다. 수신료가 헛되이 쓰이지 않았음을 밝히는 것이다.

공사(公社) 종사자의 부정행위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그것은 공무원의 세금 횡령과 다를 바 없다. KBS는 방만한 조직 운영과 예산관리, 조직원의 일탈행동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지적을 받고 있다. 특정 출연자의 과도한 출연료, 직원의 유흥업소 출입 등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다른 조직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KBS가 공영방송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동영상 서비스는 물론 민간 상업 방송들과는 차별화되는 공영방송만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시청자인 국민들은 수신료를 부담하는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예를 들어 재난방송 주관사를 담당하고 해외방송을 통해 해외교민과 세계인들에게 한국과 한국의 소식을 널리 알리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가시적인 방송프로그램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는 정치적 중립과 객관적 보도, 상업성으로부터 독립, 고품격 콘텐츠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뉴스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 방송법에 방송은 국민통합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그것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최소한 특정 정파에 편향된 방송을 하여서는 곤란하다. 특히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중립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들은 뉴스의 시청률 하락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하면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신뢰성은 저하된다. 그러한 뉴스는 시청자가 외면한다.

다음은 상업성을 지양해야 한다. 민영방송은 기본적으로 광고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공영방송의 효시인 영국의 BBC는 처음부터 수신료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NHK도 마찬가지다. 제작비를 시청자인 국민들이 부담하는 대신 방송은 상업적 고려 없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무언의 약속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공영방송은 어떠한가. 단적으로 KBS 2TV와 다른 상업방송이 차별화되고 있는가.

시청자들은 품격 있는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최소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내용이 방송되어서는 곤란하다. 기본적으로 폭력과 성적 표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절제와 품위 있는 언어 사용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영국의 표준어는 BBC 아나운서가 사용하는 언어다. BBC 종사자들은 세계의 표준어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말'인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유튜브 영상에는 비속어, 상대방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표현이 난무한다. 학생들이 제작하는 영상과제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그 심각함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앞으로 영상 제작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공영방송의 콘텐츠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인터넷,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다. 더불어 수익도 감소하여 위기라고 한다. 다원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공영방송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뉴스는 믿을 수 있고,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으며, 자녀들이 안심하고 볼 수 있다면 공영방송은 시청자의 채널 선택의 우선 순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시청자들은 수신료 인상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엄격한 도덕성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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