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OUT!]낮은 곳으로 '함께'… '푸른 눈 주교'가 물려준 공동체 정신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들 '성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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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명 성무활동비 기부 2억 모아
모금회·대구교구에 "취약층 방역"
2월 선종 나길모 신부 뜻 본받아


푸른 눈의 사제가 인천에 남기고 간 공동체 정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이 재난 상황에 처했을 때 빛을 발했다.

한국 천주교회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16개 교구 미사가 일제히 중단된 가운데 인천교구 신부들이 어려움에 처한 지역사회와 대구를 돕겠다고 나섰다.



신부들은 최저생계비 수준의 성무활동비를 쪼개 2억원의 성금을 마련했고, 이를 인천과 대구의 취약계층 방역에 사용해 달라고 기부했다.

천주교 인천교구의 정신철 주교(교구장)와 354명의 신부들은 최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천주교 대구교구에 각각 1억원씩을 기탁했다. 정신철 주교는 이 성금을 전달하면서 '함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인천교구의 기부는 한 신부가 정신철 주교를 찾아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곳에 사용하게 해달라고 성무활동비의 반을 떼어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 소식을 접한 나머지 신부들도 자발적으로 기부에 동참해 2억원이라는 성금이 모아졌다. 천주교 사제들은 서품 시기에 따라 매달 100만~200만원 가량의 성무활동비와 사제생활비를 받는다.

일반 회사로 치면 월급 개념이다. 갓 서품을 받은 사제가 겨우 100만원 남짓이고, 25년 경력의 신부도 150만원을 받으니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생계를 위한 필수적인 지출을 빼고는 신자 면담과 기도 모임 등의 활동비로 사용한다.

인천교구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김일회 신부는 25일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1명의 신부가 먼저 나섰고, 함께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모든 신부가 기부에 나섰다"며 "신도들을 상대로 모금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제들만 참여해 2억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인천교구의 '함께'는 초대 교구장이었던 나길모 주교(1926~2020)의 공동체 정신에서 기인한다.

'벽안(碧眼·푸른눈)의 목자'라 불리는 나길모 주교는 1954년 한국에 파견된 미국인 신부로 본명은 윌리엄 존 맥나흐튼(William J. Mcnaughton)이다.

그는 1961년 교구로 승격된 인천교구의 초대 교구장이 됐고, 2002년까지 인천 천주교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

특히 1976년 인천 동일방직 사태 때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지원했고, 1990년대 말 대우자동차의 대량 해고 사태 때에도 해고자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 등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한 빛과 소금 역할을 했다. 나길모 주교는 지난 2월 고국에서 선종했다.

인천교구는 인천 지역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대구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인천교구는 인천과 부천, 김포, 시흥, 안산 지역의 124개 교회의 신도 50만명을 담당한다. 지난 2월부터 중단한 미사는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4월 6일 이후에나 재개될 전망이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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