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의무 소홀로 반쪽 전락한 민식이법

경인일보

발행일 2020-03-27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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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과 관련해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내 어린이 교통안전 확보라는 본래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사고 운전자에 대한 무차별적 처벌만 강화한 반쪽짜리 법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고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통칭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에 과속단속카메라, 과속방지턱, 신호등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특가법 개정안은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스쿨존 교통사고의 운전자에 대해 사망사고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사고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즉 정부의 스쿨존 교통안전시설 설치 책임과 스쿨존 교통사고 운전자 처벌 강화라는 두 축으로 학교 부근 어린이 교통사고를 없애겠다는 것이 민식이법의 골자인 셈이다.

그러나 법이 시행됐지만 스쿨존의 교통안전시설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시설인 과속단속 카메라가 없는 초등학교가 한 두곳이 아니다. 경인일보를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의 현장점검 보도에 따르면 과속단속 카메라가 없는 스쿨존에서 상당수 차량들의 통행속도가 제한속도 30㎞를 넘기 일쑤라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법 시행일에 맞추어 카메라 설치가 힘들었다며 카메라 설치 완료 시점을 2022년으로 보고 있어 답답한 노릇이다.

과속단속 카메라는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 운전자에게 감속을 고지하는 안전기능뿐 아니라 사고 발생시 과속 여부의 가장 확실한 판단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장비다. 정부가 민식이법이 규정한 의무를 소홀히 하자, 민식이법에 저항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운전자 과속과 어린이 무단횡단을 방지할 장비와 시설은 없거나 열악한데, 운전자 처벌만 무차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맞느냐는 항변이 청와대 청원으로 올라온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스쿨존내 교통안전 확보는 실효적인 안전장비나 시설없이 운전자 의식개선에만 의존해야 할 실정이다. 또한 사고가 나면 교통안전 장비와 시설 의무를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을 따지는 송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민식이법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정부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규정한 의무를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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