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소상공인 직접대출' 홀짝제 이틀… 현장 가보니

이불·난로 놓고 10시간 밤샘대기… 여전한 '바늘 구멍'

이여진 기자

발행일 2020-04-03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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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소진공 대출 현장 사진
2일 오전 5시40분 긴급경영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소상공인진흥공단 수원센터 정문 앞에 몰려든 소상공인들이 쌀쌀한 날씨에 몸을 녹이고자 난로 앞에서 이불을 깔거나 캠핑 의자 등에 앉아 있다. /소상공인 제공

쌀쌀한 날씨에도 150여명 북새통
선착 50명에 30명 추가해도 '역부족'
신용등급 '4~10등급' 기준 더 몰려


소상공인진흥공단(이하 소진공)에서 진행하는 직접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밤을 새 줄을 서야만 했다.

정부가 신청 폭주로 애써 찾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이 늘어나자 홀짝제(주민등록번호상 출생연도 뒷자리 기준)를 시행했지만, 분산효과는 없었다.

소상공인 직접대출 홀짝제 시행 이틀째인 2일 오전 7시 수원시 영통구 소진공 수원센터 정문 앞.

영상 3도의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상인 150여명은 대출 신청을 하기 위해 줄 서 있었다.

심지어 일부 소상공인들은 선착순에 밀리지 않기 위해 밤을 새서 줄을 섰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 이불과 이동식 난로까지 동원했다.

수원에서 칼갈이 사업을 하는 A(55)씨는 전날 오후 9시부터 꼬박 10시간을 기다린 끝에 대출 순번 1번을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150명이 넘게 밤 새 줄을 섰지만 하루 접수 '커트 라인'은 80명이라는 점이다. 결국 절반가량이 발길을 돌려야 하면서 항의가 빗발쳤다.

상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소진공은 결국 오전 8시께 긴급히 차순위 30명에 대해 다음 날 용인에 마련된 임시 접수처에서 신청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줬지만, 4분의 1가량은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소진공 직접대출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중 신용등급 4등급 이하에 한해 연 1.5% 금리로 최대 1천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시범운영기간에 신청건수가 하루 1천400여건까지 폭증하자 정부는 시중 은행(1~3등급), IBK기업은행(1~6등급), 소진공(4~10등급)으로 창구를 분산하고 선착순 현장 예약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신용등급 4~10등급까지라는 대출기준 때문에 소진공에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수년째 이어진 경기불황으로 여러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이미 받은 터라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서다.

용인에서 한복점을 운영하는 방모(52)씨는 "지난달 카드론으로 2천500만원을 빌렸더니 순식간에 신용등급이 6등급으로 떨어졌다"며 "경기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한 소상공인 중에선 신용등급 3등급 이상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진공 수원센터장은 "밤새 줄서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신청을 유도하고 있지만 온라인 신청도 접속이 어렵다 보니 다급한 소상공인들이 발품을 팔면서라도 줄을 서는 것 같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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