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 고정관념·외모 편견부터 심는 'EBS 온라인수업'

남국성 기자

발행일 2020-04-07 제7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EBS 온라인 수업
EBS 초등 온라인 수업 'Touch! 초등 영어 - 말하기' 가족 소개하기 영상의 일부분. /EBS 홈페이지 캡처

초등생 12만명 시청한 영어 교육, 남녀 외도·신체 비하 등 내용 포함
학부모·전교조 "성인지감수성 낮아 우려"… 관계자 "전체 검수 계획"


신데렐라와 줄리엣을 동시에 사귀고 있던 로미오는 신데렐라와 데이트하는 현장을 줄리엣에게 들킨다. 줄리엣이 신데렐라를 가리키며 "이 여자 누구야"라고 묻자 로미오는 "우리 엄마야"라고 답한다.

계속되는 줄리엣의 추궁에 로미오는 결국 여자친구라고 실토하며 도망간다. 설상가상, 백설공주까지 만난 로미오는 "이 여자들 누구야"라고 묻는 백설공주의 말에 신데렐라와 줄리엣을 가리켜 "사촌들이야"라고 둘러댄다.

해당 역할극은 EBS 초등 온라인 수업 'Touch! 초등 영어 - 말하기' 중 8강, 가족 소개하기의 일부분이다.

여러 여성을 동시에 만나다 적발된 남성의 상황을 '가족 소개하기' 표현을 배우는 데 묘사한 것이다.

EBS 초등 온라인 수업에서 성인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남녀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묘사가 여러 번 등장하는 등 어린이교육교재로는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EBS 온라인 콘텐츠를 이용해 집에서 학습하는 초등학생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콘텐츠들이 무방비 상태로 배포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된 초등영어 수업은 학년 구분없이 '공통'으로 분류돼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시청이 가능하다.

특히 교육부가 초등학교 1·2학년의 EBS 콘텐츠 이용을 장려해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해당 수업을 영어 교육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 수업은 지난 1주일 간 EBS 초등 온라인 수업 중 스트리밍 9위를 기록했고 12만명 가량이 시청했다.

특히 이 수업의 1강은 '간단한 인사표현 알아보기'인데, 남녀의 특정 신체부위를 희화화한다. 로미오가 부채를 들고 입을 가린 줄리엣에게 접근했다가 줄리엣이 앞니가 없는 것을 보고 도망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줄리엣은 로미오가 탈모인 것을 보고 도망간다.

심지어 이 영상은 회원 가입 없이도 볼 수 있는 맛보기로 버젓이 활용됐다.

나명주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코믹하게 설명하려는 것 같은데 성인지 감수성이 낮아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현재 EBS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성인지 감수성에 위배되는 내용은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도 "(해당 콘텐츠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외모 편견을 심어주거나 고정된 남·여의 성역할을 보여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EBS 관계자는 "시청자센터에 민원이 많이 와서 한번은 걸리게 되는데 10년 동안 민원이 없어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면서 "초등 공통으로 묶인 콘텐츠들은 전체 한 번 검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

남국성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