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킹크랩'이어 대게… 수산시장 물먹이는 이마트

황준성 기자

발행일 2020-04-10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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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시장
이마트가 9일부터 12일까지 러시아 대게를 예년 대비 35% 저렴하게 판매하기로 하자,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은 그나마 찾았던 게 마니아 손님의 발길조차 끊겼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러시아산, 1년치 판매량 넘는 30t 기존보다 35% 낮은 가격에 풀어
코로나19 여파 매출타격입은 상인들, 마니아 손님까지 뺏길까 '한숨'


구경조차 하기 힘든 '반값 킹크랩'으로 소비자를 우롱했던 대형마트 이마트(2월17일자 10면 보도)가 이번엔 지난해 대비 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러시아산 대게를 대량 내놓으면서 코로나19로 매출 급락을 겪는 수산시장 상인들의 힘을 더 빼고 있다.

9일 오후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은 이마트가 러시아산 대게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키로 한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긴 가운데 그나마 게 마니아들의 발길로 근근이 가게를 운영해 왔는데 이마저도 빼앗길 형편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마트는 오는 12일까지 러시아산 대게(1.2㎏ 내외)를 100g당 3천8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850g 내외 크기를 100g당 5천850원에 판 것과 비교하면 35%가량 낮은 가격이다.

게다가 이번 행사를 위해 약 2만5천마리, 30t의 대게를 확보했다. 지난해 이마트의 대게 판매량이 25t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1년 치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는 물량이다.

또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으로 손님을 빈손으로 보냈던 '반값 킹크랩' 논란을 막기 위해 '품절제로보장'도 진행한다. 행사기간 품절로 대게를 구매하지 못할 경우, 계산대에서 품절제로 쿠폰을 발행해 10일 안에 재방문 시 행사가격 그대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이마트는 동해안 3곳의 대게축제가 모두 취소되면서 수입업자들이 미리 계약한 러시아산 대게를 팔 곳이 없어져 대량의 물량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산시장 상인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다. 러시아산 대게도 킹크랩과 같이 시세로 팔 수밖에 없어 손님이 대형마트로 몰릴 게 뻔해서다.

지난 2월 이마트가 '반값 킹크랩'을 선보였을 때 전국 이마트 지점에는 손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킹크랩을 사기 위해 줄을 서며 번호표까지 받아갔지만 도내 수산시장은 파리만 날렸다.

실제로 이날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러시아산 대게를 100g당 4천500원(A급 기준)에 판매했다.

이마트 가격보다 비싸다고 하니 대게의 생명인 다리가 하나 없는 B급에 대해서만 100g당 3천800원에 맞춰 줄 수 있다고 했다. 대규모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는 이마트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한 상인은 "코로나19로 손님마저 준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또 물량 공세로 수산시장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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