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아듀! 드라이브 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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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 질병이나 사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독소, 유해 물질을 고의로 방출하는 생물테러는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겨냥하는 만큼 최악질 테러가 아닐 수 없다. 생물테러가 벌어질 경우,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테러 피해자들에게 해독제 등 약품을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2년 전 그 방법을 연구한 의사들이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이다.

이들은 2018년 생물테러시의 약품 배분과 관련한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의 해독제 지급 방식을 고안해냈다. 당시 연구책임자는 엄중식 교수였다. 김진용 과장은 연구 결과를 '드라이브 스루'에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대구 상황에 심각성을 느낀 이재갑 교수가 밤늦게 "대규모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는 글을 단톡방에 올리자 김진용 과장은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직접 그림까지 그려 5장의 드라이브 스루 제안서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국내에 도입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검체검사에 1명당 최대 1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서는 10분 안에 끝났다. 이런 효율성 때문에 전국 곳곳에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가 설치되더니 외신의 찬사가 이어졌다. 영국 BBC는 "한국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했다"고 했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한국을 추켜세웠다. 처음에 드라이브 스루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던 일본도 결국 한국을 따라 할 수 밖에 없었다.



인천시가 6일부터 선학체육관 주차장에서 운영해오던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검사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데 따른 조치다. 개인적으로 드라이브 스루의 '원조?'는 명절 때 꽉 막힌 고속도로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뻥튀기 판매상들이 아닌가 싶다. 길이 뚫리면 판매상은 사라진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도 다시 등장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생한 의료진이 다시 매연과 무더위 속에서 구슬땀 흘리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임성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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