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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의 역사는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도시재건, 전쟁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복권이 판매됐고, 로마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재산이나 노예를 나누어 주기 위해 복표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처럼 당첨 시 현금을 지급하는 복권은 1530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지방에서 발행한 '피렌체복권'이 시작이다.

우리나라에선 1947년 14회 런던올림픽 경비마련을 위한 올림픽 후원권을 복권의 효시로 친다. 액면가 100원에 1등 100만원으로 모두 140만장이 발행됐다.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이후 재해 대책자금, 전쟁 후 산업 부흥 및 사회복지자금, 박람회 기금 마련 등 특수 목적을 위해 일시적인 복권발행이 이뤄졌다. 첫 정기 복권은 1969년 9월에 나온 '주택복권'으로 2006년 4월까지 판매됐다. 복권의 규모가 폭증한 것은 1990년 즉석식 복권에 이어 2002년 로또 복권이 등장하면서다. 역대 로또 복권 최고 당첨금은 407억원으로, 2003년 4월 춘천의 당첨자가 세금을 제외하고 318억원을 받아 부러움을 샀다.

복권을 흔히 '희망 세금' '빈자의 세금'이라고 한다. 서민에게 헛된 희망만 키울 뿐, 당첨이 어려워 돌려받지 못하는 세금과 같기 때문이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천60분의 1이다. 80㎏ 쌀 세 가마니 분량에 검은 쌀을 한 개 넣고 그것을 집을 확률과 맞먹는다. 골프에서 150야드 파 3홀 기준으로 홀인원 확률은 일반인은 1만2천500분의 1, 프로선수 2천500분의 1인 걸 감안한다면 사실상 당첨이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복권 구매자의 60%가 월평균 소득 400만원 가구인 것을 보면 복권은 '서민의 꿈'이 분명하다.



지난달 30일 출시한 '연금복권 720+'가 매진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당첨액을 기존 월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40% 상향한 게 인기 요인이 됐다. 정부는 새 복권을 발매하면서 '로또에 쏠린 시장 균형발전'을 내세웠다. 사행심을 조장하는 복권에 '균형발전'을 갖다 붙이니 쓴웃음이 나온다. 지금처럼 삶이 고단하고 팍팍할수록 서민의 발걸음은 복권방으로 향한다. 연금복권 당첨액을 높여 서민을 유혹하는 정부의 꼼수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에겐 인생역전에 복권만한 것도 없다. 이는 서민들이 오늘도 복권방 앞에 줄을 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영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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