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비원 일자리·인권 동시에 위협하는 법부터 바꿔야

경인일보

발행일 2020-05-13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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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했던 최모씨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사회적 공분이 들끓고 있다. 고인은 주차된 차량에 손을 댔다는 이유만으로 차주인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지난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아파트 주민들부터 분노했다. 경비실에 빈소를 차리고 최씨를 추모하는 한편, 한 주민은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문을 올렸다. 만 하루만에 15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또한 고양시는 경비원 인권보장조례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평행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밀어 정리하려는 최씨에게 감사의 표시는커녕 '머슴' 운운하며 모욕하고 코뼈가 부러질 정도의 가혹한 폭행을 행사한 가해자의 인성에 말문이 막힌다. 보통 사람이면 엄두도 못낼 갑질이라는 점에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는 국민 여론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매우 특별한 성정의 가해자 처벌로 끝내는 것으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행 경비업법상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업무 이외의 잡무를 해선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경비원이 주차관리, 청소, 우편물 분류, 분리수거 등 온갖 잡무를 떠맡고 있어 사문화된 법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 3월 경찰이 아파트 단지 등에서 경비업법 현장 준수 여부를 단속하겠다고 밝히자, 경비업계뿐 아니라 경비원들도 반대하고 나섰다. 경비원의 당연한 업무로 인식되고 있는 잡무를 못하게 하면, 경비업무 자동화를 부추겨 경비원 대량해고사태가 발생한다고 반발한 것이다. 경찰은 결국 제도개선 때까지 단속을 유예한다고 물러섰다.

결국 경비원들은 일자리를 지키려, 자신들을 지켜줄 경비업법을 사문화시켜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고, 최씨는 법적으로 부당한 잡무인 주차관리를 하다가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모욕을 당한 것이다. 어쩌다 툭 튀어나오는 형편없는 인격자의 갑질은 그 때마다 법적으로 처벌하면 된다. 정부가 할 일은 고령자가 대부분인 아파트 경비원의 일자리와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경비원 인권도 보호하고 주민과 경비원의 이해 충돌을 해소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법문이 사문화된 이유다. 대부분 파견 노동자인 아파트 경비원 13만7천여명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장부터 찾아가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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