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701000660100032191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는 화해와 소통으로 흑백 인종 간 갈등을 극복하는 남아공화국 만델라 대통령의 리더십을 감동 깊게 그린 영화다. 만델라는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다가 무려 27년간 악명높은 로벤섬 교도소에 투옥돼 극심한 고초를 당해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후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백인 유화정책을 밀고 나갔다.

영화는 백인들로 구성된 남아공화국 럭비팀 '스프링 복스'를 통해 만델라 대통령이 자신을 핍박한 백인들을 어떻게 용서하고 어떻게 화해를 했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이는 '복수'라는 날카로운 칼 대신 '관용'이라는 부드러운 표용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에서 자신의 측근이 지나치게 백인을 우대한다고 하자 만델라는 이렇게 말한다. "용서는 영혼을 해방 시키고 공포를 없애주지. 그래서 강력한 무기인 걸세. 자네도 노력해보게."

만델라와 어깨를 견줄 대통령이 또 있다. 바츨라프 체코의 하벨 대통령이다. 그는 청춘을 체코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바쳤다. 그 역시 공산독재 군력자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받았다. 민주화가 되면서 하벨은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국민들의 관심은 하벨의 '복수'의 칼날이 어디로 향하는지였다. 하지만 그는 용서와 관용을 택했다. 이런 그를 향해 정치적 미숙함이라고 비난한 국민도 있었지만, 그는 용서와 화합으로 체코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였다. 이 때문에 하벨을 '동유럽의 만델라'라고 부른다. 대통령의 자리를 떠날 때 그는 이런 퇴임사를 남긴다. "저에게 실망한 국민, 저의 행동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던 국민, 그리고 저를 미워했던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그를 비난한 국민은 없었다.



오늘은 5·18 40년이 되는 날이다. 이미 강산이 4번 변했지만, 광주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화해'와 '용서'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40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제 이쯤 됐으면 '광주의 아픔'을 극복할 때도 됐다. 그러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5·18 40주년을 맞아 만델라와 하벨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용서와 화해로 증오와 미움을 털어내고 우리 모두 하나가 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영재 주필

경인일보 포토

이영재 주필

humanlyj@kyeongin.com

이영재 주필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