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

[시인의 꽃]새가 날고 꽃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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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인간이 남기고 간 진실의 자리이다

바이러스가 지나간 곳곳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죽음을 배우러 가는 행렬처럼



미동도 않고 걸어가는 하얀 마스크들 사이로

고개 떨군 꽃대처럼

산 자들이 하나씩 쓰러져간다//

혼자서 살아남는 것은 벅찬 일인 듯

모두 조용히 숨을 죽이고

살아남은 자들에게 희미한 미소를 보내고

한 순간 떨어진 목련 꽃잎들을 응시한다//

어둠 속에서도 매 순간은 태양을 향하고

꽃잎 떨어진 자리에 새싹이 돋듯이//

깊은 하늘 속 밤이 끝나는 자리

죽은 자들이 떠난 자리에

새가 날고 꽃이 필 것이다

김구슬(1953~)


권성훈교수교체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는 최대한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면서 최소한의 적은 것을 공유하려고 한다. 인간과 달리 작은 몸짓으로 큰 것을 보여주는 꽃은 한겨울을 보낸 외로운 시간의 끝에서 잠시 피어나기에 더욱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고귀함'이란 꽃말을 가지고 부푼 가슴을 하얗게 3~4월에 개화하는 목련같이. 그 '진실의 자리'에서 생명의 고결함을 나뭇가지에 매단 목련은 욕망의 바이러스로 '고개 떨군 꽃대처럼' 허망하게 가는 '산자들'의 행렬에 '희미한 미소'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꽃이 다 진 후에 '어둠 속에서도 매 순간은 태양을 향하고' 있는 희망이 있기에 '꽃잎 떨어진 자리에 새싹이 돋듯이' 우리도 이제 깨달아야 할지니. '밤이 끝나는 자리'에서, '죽은 자들이 떠난 자리'에서 '새가 날고 꽃이 필 것'이라고 믿는 당신, 적은 것을 소유하지만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꽃을 피어내야 할 때가 아닌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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