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배제 없는 재난기본소득 시민의 힘으로

손성배 기자

입력 2020-05-21 08: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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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없는 재난기본소득 시민들이 만들자 좌담회 2020.05.18/김금보기자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의 본래 취약한 지점을 낱낱이 드러냈다.

당장 얼어붙은 가계 경제에 훈풍을 유도하고자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전 경기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도내 외국인 59만8천639명(2019년 12월31일 기준)은 모두 배제됐다.

수십년을 경기도에 터를 잡고 살아온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 당사자들은 반발했다. 모든 외국인들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시민사회계의 목소리도 커졌다.

선(先)주민과 이주민의 '벽을 넘자'는 움직임이 '배제 없는 재난기본소득 시민들이 만들자'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배제된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홍규호 사회복지법인 안산제일복지재단 경기도외국인인권센터 팀장, 유병욱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 3인을 지난 1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다산인권센터 회의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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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없는 재난기본소득 시민들이 만들자 좌담회 2020.05.18/김금보기자

-배제 없는 재난기본소득의 취지는

진(호칭 생략, 이름만 표기)=경기도가 가장 먼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도민들이 기쁘게 환영했다.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도민에게만 지원한다고 하면서 결혼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민이 제외됐다.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 전체가 배제됐던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배제 없는 기본소득 모금을 통해 시민들의 힘으로 행정의 배제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활동을 벌이고자 한다.

-부천시와 안산시는 외국인 주민 모두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안산시의 경우 내국인과 3만원 차등을 둔 7만원을 지급하고 부천시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1인당 5만원을 지급한다. 외국인들도 근로소득세, 종합소득세, 각종 지방세와 주민세, 물건을 살 때 10% 부가세도 다 낸다던데.

규호=두 지자체는 결혼이주여성과 영주권자, 외국인노동자 등 외국인 주민 모두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코로나로 많은 이주민이 직장을 잃었다. 무급휴직을 요구하다보니 내국인에 비해 사회적 기반이 약한 외국인의 경우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한국 국적을 가진 시민들만 준 것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급하게 추진을 하다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었다. 내국인과 동일하게 세금을 내는데, 재난기본소득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부천시와 안산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경기도 전체 차원에서도 모든 외국인에게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진=안산이나 부천에서 모든 주민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은 실제로 지자체 구분 없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안산시는 이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이다. 지난 4월1일 기준 전체 65만1천211명 중 외국인이 8만8천128명으로 13.5%를 차지한다. 재난기본소득을 권리로 보느냐, 권리가 아니라고 보느냐에 문제다. 이번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이 '기본소득' 개념을 알렸다. 기준을 세우고 대상자를 구별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도내에 안산, 수원(6만2천521명), 시흥(5만4천916명), 화성(5만49명), 부천(4만2천601명) 순으로 이주민이 많다. 주민 구성원 중에 이주민이 있는데도 고려 없이 기본소득을 주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을 떠나 있는 우리 동포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이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 모범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립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병욱=우리나라 국적자가 미국 또는 유럽에서 비자를 받아 생활을 하면서 세금을 내고 소비생활을 다 하는데, 그 나라 정부에서 코로나19 기본소득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권리는 누구도 차별해선 안 된다. 체류자에게 모든 의무를 다 지우면서 권리에선 배제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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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없는 재난기본소득 시민들이 만들자 좌담회 2020.05.19/김금보기자

규호=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등 다른 국가 중에 자격 있는 외국인은 모두 재난기본소득을 받았다. 한국도 외국인노동자가 기여한 경제적 효과가 크다. 이민정책연구원 통계를 보면 2017년 74조, 2018년 86조원의 경제적 기여 효과를 냈다. 한국 사회에 실질적 역할을 한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해 당사자들의 거버넌스 차원에서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병욱=질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피부색을 가리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취약하면 취약할수록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재난상황에 가장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지원해야 할 당위성을 의무를 다 했는지에서 따질 게 아니라 위험 앞에 노출된 한 사람의 권리로 재난기본소득을 고민해야 한다.

-등록체류자 뿐 아니라 미등록체류자도 코로나19 공포에 처해있다.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들도 많았다고 하던데.

규호=코로나19 초기에 마스크 5부제를 하면서 미등록외국인은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질병에 노출된다면 그들만 아픈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전염병은 사회적 안전이라는 개념으로 권리를 넘어 실질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재난기본소득은 여러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책적인 입장에서 보면 아무 조건 없이 집행하기에 여러 고려할 상황이 있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정책 집행의 당위와 정책 사이의 괴리가 있다고 해도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처럼 차별없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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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수원 다산인권센터에서 열린 '배제없는 재난기본소득 시민들이 만들자 좌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유병욱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박진 다산인권센터, 홍규호 경기도외국인인권센터 패널들이 재난기본소득 외국인 지급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매우 빠르게 진행된 것 같다. 이 지사가 결단을 하자 다른 지자체들도 따라간 측면이 없지 않은데.

진=재난기본소득 지급 정책은 결코 현실적이지 않고 이상적인 제안이라고 평가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은 앞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마련하는 변곡점이 될 역사다. 그런데도 현실론에 따른 배제로 중앙·지방정부의 결단이 퇴색됐다. 정책 구조를 짜는 프레임에 따라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등록이민자 15만명에게도 현금 500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주지사는 현지 노동인구의 10%인 미등록이민자들이 25억달러 세금을 낼 만큼 지역사회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위험한 위기 상황에 누구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규호=시민은 국적을 기반으로 규정한다. 시민은 국적자, 비시민은 국적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주민과 앞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시민권이 아닌 주민권의 개념을 익혀야 한다. 체류 자격과 상관 없이, 민족과 인종에 관계 없이 그 또는 그녀가 우리 지역에 살고 있다면 주민으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와 위상을 가져야 한다는 게 주민권이다.

'배제 없는 재난기본소득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사랑의열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난달 21일부터 모금 캠페인도 추진하고 있다. 마음을 모은 시민사회계 인사들도 현실의 벽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벽을 한번 타 넘고' 시민들이 앞장설 테니 행정이 뒷받침을 해주기를 바라는 권리 운동으로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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