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무관중 경기

전세계 셧다운 상황 韓 프로야구·축구 개막
SK-한화 개막전 해외 언론 11곳 취재경쟁
K리그1 37개국 생중계로 1900만명 지켜봐
'랜선 응원'마저 다른나라선 부러운 눈길로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코로나19의 팬데믹화로 전 세계의 모든 스포츠가 셧다운 된 상황에서 우리 프로야구와 축구 리그는 이달 초 개막했다.

지난 5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리그 공식 개막전이었다. 경기장에 관중은 없었지만, 미국과 프랑스·영국 등 11개 해외 언론들이 취재 경쟁을 했다. 미국 ESPN과 일본 스포존은 자국에 생중계했다.



그로부터 3일 후 프로축구 K리그1도 관중 없이 개막했다. 8~10일 열린 K리그1 1라운드 여섯 경기는 무려 37개국에 생중계됐으며, 방송과 인터넷으로 경기를 지켜본 전 세계 시청자가 1천9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무관중 경기'는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를 일으킨 팀에게 가하는 징계의 한 방안이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구단의 입장에선 입장료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팬에겐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없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관중 경기는 선수보단 구단의 관리 미흡이나 팬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그 책임을 묻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비교적 최근의 무관중 경기들을 소환해본다.

2012년 4월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K리그 15라운드 인천과 포항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관중 없이 진행된 이 경기는 전 달에 열린 인천과 대전의 경기에서 발발한 양 팀 팬들 간 폭력사건에서 기인했다. 인천 마스코트가 도발했다는 이유로 대전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했고, 양 팀 서포터스 간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사건을 막지 못한 관리 책임을 물어 인천 구단에 무관중 경기 징계를 내렸다. 리그 역사상 첫 무관중 경기의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우리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0월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진행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3차전 북한과의 경기를 관중 없이 치렀다. 북한 당국이 모든 관중의 출입을 금지하면서 자발적 무관중 경기가 됐다. 더 문제가 된 것은 미디어의 경기장 입장도 허용되지 않아 중계는 물론 취재도 없었다는 점이다. 경기 결과는 0-0이었다.

벤투호(號)는 지난해 11월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진행된 조별리그 4차전도 무관중 경기로 치렀다.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가 악화하자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3국 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경기 당일 AFC 측과 경기 감독관 등이 최종 회의를 한 후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이 경기도 0-0으로 비겼다. 극성스런 상대 응원단 없이 치러진 두 원정 경기에서 잇따라 득점 없이 비기자 축구 팬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던 바 있다.

1982년 출범한 우리 프로야구에서 올 시즌을 제외하곤 무관중 경기는 없었다. 150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2015년에서야 첫 무관중 경기가 나왔다. 그해 볼티모어지역의 대규모 폭동 사태로 흑인 소년이 사망한 사건이 원인이었다. 경기 도중 폭동의 재발을 우려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4월29일(현지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를 관중 없이 진행했다.

올해 우리 프로야구와 축구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무관중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경기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자신들의 역할을 더 잘해줘야 할 때다. 팬들 또한 랜선을 통한 응원이나마 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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