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2)자부심 꽃 피우는 청년들]국가정책과 현장의 괴리감

대기업 하청으로만 보는 정부… 현장과 맞물리지 못하는 정책

경인일보

발행일 2020-05-26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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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액보다 자부담 큰 '스마트공장'
'영세화 특성' 반영 안한채 밀어붙여
3만2천여개 업체중 참여 의사 4%뿐
시제품 실험실 등 '현장목소리' 외면

'수요처'부터 찾는 정부의 R&D 지원
中企 기술 개발·투자 의지까지 꺾어


■ "우리는 계단 하나 올라가는 것도 힘든데, 정부 혼자 10계단을 한 번에 뛰고 있다."


뿌리산업은 여느 산업보다 규모와 성격이 다양하고 세분화 됐으며 영세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이 같은 특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며 경기도, 인천 등 지자체는 제대로 된 정책조차 전무하다.

특히 정부가 뿌리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스마트공장'과 같은 정책과제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뿌리기술전문기업, 뿌리기업 확인서 발급기업을 포함한 3만2천606개사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만이 참여의 뜻을 밝혔다.

설필수 반월도금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장을 한번만 나와보면 '1억 가지고 스마트 공장은 힘들겠구나'하고 바로 느낄 것"이라며 "생각이 있어도 자부담이 너무 커 엄두를 못 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뿌리기업 자동화·첨단화 지원사업'에 17억원 예산을 배정했는데, 지원대상이 17개 내외 기업인데다, 최대 1억원만 지원한다.

설 이사장은 "영세기업들은 단순히 자동화 프로그램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가 가능한 공장설비를 전부 바꿔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10억원 이상이다. 지금으로선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2018년 말 매출액을 기준으로 경인지역 뿌리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뿌리기업 1만4천692개 중 6천500곳, 전체의 44.2%가 연매출 5억원 미만이다. 정부가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공장과 현실의 괴리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기술 개발 공동설비, 시제품 실험실 등 개발을 위한 환경 조성을 원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현재 경인지역에는 시흥의 뿌리기술지원센터가 유일하다.

인천의 한 금형기업 관계자는 "실험하기 위해 이 무거운 장비를 이끌고 시흥까지 오가다 결국 포기했다"며 "일본 바이어들이 현장에 오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설비'다. 지금은 워낙 산업이 복잡해 설비도 다양해져야 한다. 소기업들이 협업하는 공간을 구축하고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분석)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도 우리를 하청업체 취급한다"


'대기업의 3, 4차 하청업체'로 굳어진 산업구조는 뿌리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 특성상 수주를 받아 제품을 완성하는 공정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본질적 한계가 있지만, 뿌리산업을 '특수공정'으로 인정하고 수평적 파트너십을 가지는 독일, 일본과 달리 우리는 하청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뿌리산업이 있다.

문제는 잘못된 구조에 정부가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게 뿌리기업의 목소리다. 일례로 중기부는 매년 R&D지원사업인 '구매조건부신제품개발사업'을 진행하는데, '수요처(투자기업)의 구매협약동의서' 혹은 '개발요청서류를 받은 중소기업'이 지원조건이다.

경기도 용인의 한 뿌리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연구개발사업 심사를 하면 기술의 특성보다 '수요처'가 어디냐고 물어본다. 이 기술을 개발했을 때 팔 수 있는 업체를 데리고 오라고 요구한다"며 "일본처럼 수요업체(대기업 등)와 기술개발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공존하는 산업구조라면 이러한 조건이 맞지만, 우리 현실에선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낸 뿌리기업이 지금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신기술이 상용화돼 양산되기까지 너무 어렵다. 대기업 납품 확정이 안 났는데도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자본력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뿌리산업의 딜레마를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제1차 뿌리산업진흥기본계획에 따라 R&D 분야 지원을 강화했지만, 2018년 기준 뿌리기업은 매출 대비 R&D 비중이 0.9%로 중소제조업 평균(1.5%)보다 낮고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한 기업도 전체 뿌리기업의 9.9%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작은 회사는 돈이 없어 기술을 개발 못하고, 큰 회사는 개발해도 돈이 안돼 포기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설 이사장은 "뿌리산업에 대한 정부 인식이 좋지 않다. 뿌리산업을 육성한다지만, 정부 부처 어디에도 제대로 된 지원부서가 없다"며 "정부 인식을 개선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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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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