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그 섬, 물치도

정진오

발행일 2020-05-25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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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오른쪽 끄트머리 앞 '작은 섬' 하나
매입한 일본 사람 '작약도'로 지었다 전해져
인천 동구, 작년부터 '지명 환원' 정당성 확보
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려주기 머리 맞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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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
섬은 섬에서보다 섬 밖에서 보아야 제격이다. 인천 자유공원 정상에 있는 인천기상대 역사관 언덕에서 강화도 쪽을 바라보노라면 만석고가 넘어 영종도 오른쪽 끄트머리 앞에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작약도(芍藥島)다. 원래 이름은 물치도(勿淄島) 또는 무치도(舞雉島)였다고 한다. 자유공원 아래로 보이는 바다까지는 온통 공장의 플랜트 시설이 그득하고, 저 건너 영종도는 아파트 단지가 도배하듯이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작약도는 사람 손이 안 타 보이는데 그게 오히려 위태롭기 그지없다.

지난 21일 인천광역시지명위원회는 작약도란 이름을 물치도로 바꾸기로 하는 대단히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는 올 하반기에 열릴 국가지명위원회를 거쳐야 최종 확정될 사안이지만 큰 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미 작약도가 속한 동구는 작년부터 '물치도 지명 환원 자문위원회'를 꾸려 작약도란 이름이 왜 물치도로 바뀌어야 하는지 그 정당성을 확보해 왔던 터다. 이를 토대로 동구지명위원회는 작약도를 물치도로 고칠 것을 의결하고, 이를 시 지명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일제 강점기 잔재를 정리하고 이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자는 차원이었다.

작약도란 이름은 그 섬의 모양이 작약꽃 봉오리처럼 생겨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드론 촬영한 작약도의 모양은 남북으로 길쭉하다. 위에서 보면 전혀 작약꽃 같지가 않다. 자유공원이나 월미도 같은 데서 보면 둥그런 것이 조금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다. 그런데 왜 작약도란 이름이 일제 잔재일까. 물치도란 이름이 작약도로 바뀐 것은 일본 관련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 섬을 처음으로 매입한 일본 사람이 작약도라고 이름을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항 개항 당시 일본인들은 인천을 작은 일본으로 개발하려는 야욕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청일전쟁(1894~1895) 승리 이후 노골화했고, 그 10년 뒤인 러일전쟁(1904~1905) 승리 이후에는 현실이 되었다. 일본인들은 월미도도 통째로 차지하려고 우리 정부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극심한 로비전에 나서는 등 난리를 부렸다. 그때 자료를 보면, 월미도에 몇 가구의 조선인 민가가 있었는지도 그들은 적시해 놓고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이 월미도를 사들이려고 야단을 칠 때 작약도 매입도 염두에 두었을 게다. 작약도는 개항 당시 외세의 물결을 맨 앞에서 맞았다. 월미도와 영종도 사이의 항로로 강화도나 한강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작약도를 지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인양요(1866)나 신미양요(1871) 때 프랑스나 미국의 군함들이 작약도를 거점으로 활용했다. 프랑스 군인들은 프랑스 함대 이름을 따서 '보아제 섬'이라 했으며, 미군들은 섬에 나무가 많다면서 '우디 아일랜드'라 했다. 이 섬에서는 실제로 조선시대 영종도 군영인 영종진에 나무를 공급했다고 하니 작약도에 산림이 울창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물치도라는 원래 이름 되찾기에 나선 동구나 인천시에서 앞으로도 이 섬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일본인들의 이 섬 매입 경위도 속속들이 밝혀져야 할 문제다. 향토사가 이훈익 선생의 '인천지명고'나 초대 인천시립박물관장을 지낸 이경성 선생의 회고에 보면 일제 강점기 이 섬의 소유자는 '스즈키'였다고 나온다. 이 스즈키란 인물이 개항기 인천 각국 거류지 의회 의원 '스즈키 쇼(鈴木章)'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이런 일은 작약도란 이름이 왜 일제의 잔재인지를 말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작약도는 여러 기업체로 그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관광지로 삼으려고 노력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흥하던 기업들도 오히려 작약도만 소유하면 망하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어떻게 하면 물치도를 인천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려줄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정진오 인천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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