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진화하는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下·끝)]근본적인 대책은

性 대상화 "NO" 올바른 관계맺기 "YES"

박현주 기자

발행일 2020-05-26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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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세태 아이들에 투영
또래집단 남성문화 性도구화 지적
성교육·처벌보다 스스로 인지 우선
'타인의 결정권' 이해·존중 정립을

최근 청소년 범죄 유형을 보면 기성세대들이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여성을 소유할 수 있다고 '대상화'하는 것에서 나아가 놀이를 위해, 또는 돈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의 성 관념을 수용한 뒤 자신들이 가진 특성을 더해 재생산하는 데, 강자는 약자에 대해 억압과 착취를 해도 된다고 인식하는 신자유주의적 세태가 청소년들에게 투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성교육이나 처벌에 앞서 청소년들이 인간존중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올바른 '관계 맺기'를 터득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민영 독립지성in 세미나 대표는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적 사회구조 속에서 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과 착취는 정당화되고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고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된다"며 "윤리와 인간존중이 실종된 현 사회 속에서 올바른 인간화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착취 동영상 피해자들을 위해 무료로 법률지원을 하는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도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처벌규정을 높이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아이들 스스로 내가 하는 행위가 무엇이 잘못된 건지 인지하는 게 우선 돼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여성을 대상화하게 된 이유는 또래 집단 내에서 소위 '남자되는 법'을 배우는 남성문화에서 기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단 내에서 '남자로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에 여성은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SNS 단체대화방에서 소위 여성들의 얼굴·몸매 순위를 매기고, 음란 동영상을 공유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여긴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업소 정보와 종사자 특징을 품평하면서 여성이 가진 성을 대상화한다는 것이다.

성매매 산업을 연구한 여성학자 김주희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는 큰 틀에서 보면 성차별에서 시작됐다"며 "디지털 성범죄를 '일부' 남성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은 이미 사회 내 성차별이 고착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이 스스로 신체 등 외형으로 평가해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김주희 교수는 "일부 여성들은 '남자가 여자를 리드해야 한다', '여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스스로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 성차별적인 현실을 개선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또 "사회에 내재된 여성의 성적 대상화는 지배와 피지배라는 '위계'가 만든 권력관계 속에 고착화했기 때문에 타인의 성적 결정권을 이해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이성간의 올바른 '관계 맺기'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우리는 거절을 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 속에 거부당한 사람은 나 자신이 전적으로 부정당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아니라는 걸 먼저 배워야 한다"며 "싫다, 안된다는 표현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이현숙 대표는 이어 "성교육은 남녀의 몸을 이해하는 생물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측면을 고려해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사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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