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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인들에게 두 개의 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를 위해 사는 길'과 '정치에 의해 사는 길'이 그것인데, 정치인이 정치를 '위해'산다면 그는 신념이 있는 정치인이고 정치에 '의해'산다면 그는 정치를 생활의 수단으로 하고 있으므로 정치꾼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베버는 참다운 정치인이 되려면 '신념'이 있어야 하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조건을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어느 길을 걷는 사람이 더 많을까. 20대 국회를 지켜본 우리 국민은 그 답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20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법적으로 임기는 오는 29일이지만 특별한 의사일정이 없어 사실상 끝난 거나 다름없다. 20대 국회는 '동물국회' '식물국회'라는 말이 늘 따라다닐 정도로 최악의 국회였다. 정치인보다 정치꾼이 많았다. 무엇보다 일을 안 했다.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2만4천141건 중 처리된 법안은 9천127건으로 법안처리율은 37.8%에 불과했다. '먹고 놀았다'는 19대 국회 법안처리율 41.7%보다도 떨어졌다. 그런데도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갔다. 직업으로서의 대한민국 국회의원만 한 것도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대 국회는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 본연의 임무도 망각했다. '인사청문회'를 생각하면 창피할 지경이다. 여당은 민주당 1중대, 2중대로 불리는 범여권의 지원을 받아 보수야당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23명의 장관급 인사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감행해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다. 초중고 교과서에도 나오는 '삼권분립'은 저잣거리의 비웃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를 부끄러워하는 '신념'과 '책임'있는 의원은 없었다. 20대 국회는 그런 국회였다.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가 첫 과제를 '일하는 국회'로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결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벌써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을 두고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거대 여당 민주당이 '협치' 대신 힘으로 주요 상임위원장을 가져가려 한다면 21대 국회는 법정 개원시기를 맞추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가 사상 최악의 국회가 된 건 '협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정치꾼'보다 '정치인'이 더 많은 국회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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