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이력관리 '구멍'… 인천 먹거리 안전 '빨간불'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20-05-27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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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겉면 허위표기 간단한 수법
정부 유통 추적시스템 무용지물로
국내산 증명 필증 손쉽게 발급 가능
업자들 맘만 먹으면 '원산지 둔갑'

인천의료원을 비롯한 인천지역 병원과 유치원, 마트에 원산지를 속인 저질 소고기가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천지역 먹거리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축산물 유통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이력관리제도가 있음에도 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원산지를 속일 수 있다는 허점이 드러났다.

인천시 특별사법경찰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인천 서구 식육포장처리업체 대표 A(38)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인천 지역 병원과 유치원, 마트 등 10여 곳에 미국산 소고기를 국내산 육우로 속여 납품한 혐의다.

이 업체는 수입업체로부터 들여온 큰 덩어리의 고기를 절단해 낱개 포장하는 포장처리업체로 유통 흐름에서 비교적 하위 단계에 속한다. 여기서 가공·포장된 고기가 마트나 식당, 집단 급식소 등으로 직접 유통된다.

이 업체는 절단된 미국산 소고기를 담은 포장지 겉면에 원산지를 국산으로 허위 표기하는 간단한 수법을 썼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논란이 있던 2008년부터 수입축산물이력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수입부터 가공,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 관리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했다.

인천시 특사경 관계자는 "수입업자가 한 번에 수백 톤 단위로 들여온 소고기가 킬로그램 단위와 그램 단위로 쪼개져 하위 단계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이력관리시스템에 등록하지 않고 누락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수입 소고기들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력시스템에 등록하더라도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오래된 고기들과 섞어 납품을 하면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국내산임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필증도 관련 업계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도축된 소 한 마리당 1개의 필증이 발급되는 게 아니라 부위별 정형 이후 쪼개져서 소매점으로 나가는 숫자만큼 필증이 발급되기 때문에 한 마리당 많게는 수십장의 필증 발급이 가능하다. 비전문가는 육안으로는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산 필증만 있으면 얼마든지 원산지를 속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업체는 비밀창고에 유통기한(2년)이 지난 냉동 돼지고기 등을 5t이나 보관하고 있었는데 인천시는 이미 시중에 상당량이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고기들은 주로 뷔페 등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인천시 특사경은 전했다. 이들이 몰래 보관 중이던 고기 5t은 1인분을 200g으로 계산했을 때 2만5천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인천시 특사경은 거래 내역이 적힌 장부를 분석하고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저질 고기의 유통 경로와 판매량, 부당 수익 규모를 파악할 계획이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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