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문턱 낮아지는 '주민조례청구제' 무관심한 지자체들

김대현·김태성·배재흥 기자

발행일 2020-05-28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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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13.5건… 21년간 '유명무실'
정부, 절차 간소화등 관련법 개정

실질 독려등 지방의회 고민 '부족'
화성시, 지원 조례 '선제대응' 대조


주민자치 활성화의 한 방편으로 21년째 운영되고 있는 '주민조례청구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했다. 정부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 제정 등을 추진하면서 제도적 보완을 꾀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민과 대면하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2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최초 시행된 주민조례청구제를 통해 지난해까지 지역민들이 직접 조례안에 대한 제·개정과 폐지를 청구한 건수는 모두 269건으로, 연평균 13.5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광역과 기초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 수가 243개인 점을 고려하면 한 지자체당 1.1건이 청구된 셈이다.

지방분권 기조를 세운 정부는 주민조례청구제 참여 요건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는 관련 법을 손보고 있다. 주민조례발안법이라는 별도 법안을 새로 만들고, 원래 근거가 됐던 지방자치법상 조항은 삭제하는 작업이다.

새 법안의 핵심은 청구권자 기준 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고, 청구에 이를 수 있는 서명 인원을 지자체 규모에 따라 최대 5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이다. 청구안을 지방의회에 직접 제출하게 하는 등 중간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기존 요건을 적용하면 인구 1천300만여명의 경기도는 만 19세 이상 청구권자의 100분의 1 이상인 1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야 했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경기도민들이 청구한 건수가 단 한 건에 그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처럼 주민조례청구제의 요건이 완화되면 지역민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자체와 지방의회 몫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화성시의회를 통과한 '화성시 조례입법 시민참여 지원 조례안'은 눈여겨볼 만하다.

해당 조례에는 '조례입법학교' 등을 운영해 시민 등을 대상으로 자치법규 교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조례를 대표 발의한 무소속 박연숙(가선거구) 의원은 "지방분권 시대를 대비하고, 조례에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한 사전 준비"라고 설명했다.

여러 이해관계 탓에 집행부나 의원들이 발의 자체를 꺼려 논의조차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조례들도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7년 안산시의회에서 가결된 '4·16 정신을 계승한 도시비전 수립 및 실천에 관한 기본 조례'와 곧 의정부시 조례규칙심의회 상정을 앞둔 '의정부시 미군기지 반환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안' 등 앞서 주민조례청구제를 통한 여러 요구는 지방행정에 다양성을 보태는 역할을 해왔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김경호(가평군) 의원은 "주민들이 조례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도의회 차원의 조례 제·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조례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이 많아질수록 논의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현·김태성·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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